죽음의 그림자

by sleepingwisdom

우연한 만남

아내가 아침 일찍 서울에 간다.

아내를 전철역에 배웅하고 나서, 나는 춘천 공지천으로 향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광장에서 한 시간 동안 명상에 잠겼다.

반짝이는 호수를 바라보며 평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청소를 마친 공공근로 어르신들이 모여 쉬고 계셨다. 내가 다가가자 다들 자리를 뜨고, 한 할머니만 남으셨다. 나는 개의치 않고 자리에 앉았다. 호숫가의 고요함이 좋아서 그냥 조금 더 머무르고 싶었다. 눈을 감고 다시 명상에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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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성신에게 비시는군요.”

할머니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노인이라고 하시기엔 너무도 맑은 눈빛이었다. 피부도 잡티도 없으시고 단정하고 편안한 인상이었다.

내가 명상을 마칠 때까지 일부러 기다렸다고 하셨다.

“젊었을 때 저도 기도를 했었답니다.”

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기도하는 것도, 일월성신에게 비는 것도 아니었지만 잠자코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내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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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죽음의 그림자

“마흔두 살 때였어요. 갑자기 이상한 병에 걸렸는데, 하루도 잠을 잘 수가 없었지요. 몸이 아파서 움직이고 먹고 마실 수가 없는 상태였어요. ‘이러다 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할머니의 목소리에 무게감이 실렸다.

“원인을 알 수 없어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부산의 용한 무당을 찾아갔더니,

1년 안에 죽게 된다는 거예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런데 그 무당이 하는 말이,

강원도 쪽으로 기가 흐르니

강원도 태백산에 들어가 100일 기도를 하라

는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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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산은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말이 없던 시간, 그 속에서 먼저 다가온 건 자연이었습니다.침묵은 텅 빈 것이 아니라, 가득 찬 것이기도 하니까요.


� 『신이 오지 않아도 산은 들었다』

글과 그림으로 엮은 조용한 응답의 책

� 종이책, 전자책 모두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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