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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유 Jan 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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퀼트 같은 이야기들_2


#1

눈이 오면 글을 쓰고 싶어 진다. 내 브런치에 눈을 소재로 하는 글이 이 글을 제외하고도 두 편이나 있는 이유다.

퇴근하려고 문 밖으로 갓 나설 때만 해도 눈은 체에 거른 밀가루처럼 가늘게 내리고 있었다. 함께 버스에 탄 동료에게 토론토의 눈은 그 밀도가 지금의 두 배였다고 회상했으나, 환승을 하고 나니 토론토는 생각도 나지 않게 눈이 마구 떨어졌다. 더 이상 눈이 짐 같지 않다느니 하는 몽롱한 말로 가득한 시를 친구에게 보낸 것을 후회했다. 결국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 눈에 파묻힌 도로에 갇혀 있을 동료에게 얼마나 갔냐고 물었다.


#2

이사를 하고는 집에 욕조가 생겼다. 양쪽 어깨에 눈덩이를 잔뜩 쌓고 귀가한 날 몸을 녹일 곳이 생겼다. 중학생이던 시절부터 목욕을 좋아했다. 그때와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욕실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그때는 휴대폰을 들고 들어가지 않았다. 참, 일본 드라마 <러브셔플>에 빠져있던 때를 빼고.

지금은 휴대폰으로 욕조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뻑뻑해진 눈으로도 끊임없이 나보다 똑똑한 무언가를 찾는 2020년대 사람이 되어버렸다. 손목이 아파질 게 분명하지만 이 생활도 나쁘지 않다고 여겨본다. 한편, <러브셔플>을 지금 봐도 내 취향일지 의문이다. 재미야 있겠지만.

참, 커튼 치는 걸 잊었다. 그래야 정말로 편안한데.


#3


고민과 질투심, 열등감과 게으름이 없는 사람이고 싶다.

친구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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