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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Sep 19. 2023

[D-104] 뒤돌아보면 괜찮은 삶

262번째 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는 내 삶이 어떤 삶이 되기를 바라는가. 아마 이런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살고 싶은 인생의 비전과 컨셉을 가지고 살아간다. 구체적인 상이 있을 수도 있고 막연한 아이디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모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한다.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려 본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 역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고민한다.


나 자신에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은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행복을 너무 많이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관련글 보러가기). 행복해지려고 너무 많이 노력하지 않기로 했고, 내가 지금 행복한지 아닌지를 계속 신경 쓰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냥 그 순간에 충실하며 삶을 즐기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 대답은 그다지 바람직한 대답이 아니다. 행복하면 물론 좋겠지만, 그걸 목표로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대답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앞만 보고 나아가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이미 글렀다. 나는 이미 너무나도 많이 후회하고 있다. 앞으로도 후회를 아예 하지 않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조금 덜 후회하면서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이걸 목표라고 하기엔 부끄럽다. 또 후회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후회를 뒤집으면 성찰이 된다. 나를 갉아먹을 정도만 아니라면 후회해도 괜찮다. 그러니까 나는 후회의 웅덩이에 발을 담갔다 빼고 계속 걸어갈 수 있는 정도의 삶이라면 그럭저럭 괜찮다.


그렇다면 멋진 삶은 어떨까? 멋지게 이 삶을 살아보는 건. 하지만 멋지다는 기준은 대체 누가 판별한단 말인가. 내가 보기에 멋진 삶인지 다른 누가 보기에 멋진 삶인지, 기준이 너무 헷갈린다. 그리고 나는 나를 잘 안다. 내가 멋진 삶을 살려고 한다면 아마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멋져 보이는 삶을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가 만족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애쓸 것이고,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그게 남들 눈에는 멋져 보일 거라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도 정답은 아니다.


이렇게 몇 가지를 거듭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뒤돌아보면 괜찮은 삶을 살고 싶다는 것. 내가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살아서, 언젠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아,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삶을 나는 살고 싶다. 난 열심히 살고 싶고, 꾸준히 살고 싶고, 정성껏 살고 싶다. 그렇게 살다 보면 아마 뒤돌아보면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냥 매일을 꾸준히, 열심히, 정성 들여 살았을 뿐인데, 뒤돌아보면 멋지고 후회 없고 행복한 삶을 살아오게 되어 있을 것이다.



/

2023년 9월 19일,

버스에 앉아서 웅성거리는 소리 들으며.



*커버: Image by Jack Hodges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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