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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Oct 30. 2023

[D-63] 월요일 좋아?

303번째 글

오늘은 유독 몸이 축축 늘어지는 듯하고 눈꺼풀이 무겁다. 평소보다 훨씬 피곤하게 하루를, 그리고 또 일주일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기분은 아마 오늘이 월요일인 까닭이 클 것이다. 월요일 아침은 다른 요일보다 더 피곤하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말 동안 푹 쉬면서 주중의 리듬이 깨졌고, 그 깨진 리듬을 다시 회복하려다 보니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는 거다. 또 주말 이틀간 내려놓았던 몸의 긴장이 월요일에는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긴장한 몸으로 하루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더 피곤하고 더 힘겨울 수밖에 없다. 월요일의 피로는 내가 내 일을 좋아하는지와는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하루 종일 '월요일이 싫다', '월요일이라서 피곤하다'를 반복하면서 오늘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한숨은 살짝 거두고 뭔가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오늘의 무언가 긍정적인 부분을, 좋은 점을 찾아내야만 한다. 월요일을 좋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월요일을 견뎌내기 위해서. 이 피곤한 몸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내기 위해서.


우선 내가 월요일에 느끼는 기쁨을 하나만 꼽아 보자면 회사 사내식당의 식단표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밥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식사는 내게 정말 큰 기쁨이다. 그래서 월요일에 회사에 가서 일주일치의 식단표를 훑어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 식단표를 보면서 나는 일주일치의 내 식사를 계획해 보는데, 먹는 계획을 짜는 건 언제나 즐겁다. 또 월요일에는 그 주에 내가 뭘 하면서 놀지를 고를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일주일 동안 퇴근 후에는 뭘 할지, 이번 주 주말에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를 생각하는 것도 재미다. 그리고 또 하나를 굳이 꼽자면 주말 동안 가지 못했던 은행이나 병원, 가게들에 갈 수 있다는 것도 월요일의 좋은 점 중 하나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월요일의 좋은 점은 이 정도까지다. 떠오르지 않는 장점들을 억지로 더 생각해내고 싶지는 않다. 억지 이유들을 찾아내면서 월요일을 좋아해야 한다고 나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도 여느 아침의 좋은 점들이 그대로 존재하기는 한다. 아침 시간의 약간 선선하면서 가벼운 공기, 가을 한창때의 높고 파란 하늘, 노랗고 빨갛게 물든 거리의 나무들, 낙엽을 밟을 때의 바스락거리는 소리, 산책을 나온 강아지들……. 그런 것들은 월요일이라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 어제 아침에 좋았던 것들은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좋다. 이런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은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고, 오늘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오늘은 날씨가 좋기 때문에 햇빛이 기분 좋게 내리쬐고 있다. 이 햇빛 역시 오늘을 조금 더 나은 날로 만들어 준다. 월요일을 좋아하게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오늘 하루를 조금 더 잘 버틸 수 있도록 해 준다. 



/
2023년 10월 30일,
버스에 앉아 정적과 한숨 소리들 속에서.



*커버: Image by Rodion Kutsaiev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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