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비판자와 대화하는 법
미국 원주민 체로키족에서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노인이 손자에게 두 마리 늑대가 늘 그의 마음속에서 싸우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 늑대는 분노, 질투, 후회, 자책을 상징하고, 다른 하나는 사랑, 희망, 친절, 연민을 상징한다고 했습니다.
손자가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라고 묻자 노인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긴단다."
우리 내면에선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이 끊임없이 싸웁니다. 그러나 어떤 감정이던 먹이를 주어 키우는 선택은 내가 합니다. 우리는 나 스스로에게 친절과 연민을 베푸는 쪽을 선택하고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토록 나 자신에게 친절하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요?
나에게 친절하려고 하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에게 친절한 것이 나약하거나 게으른 행동인 것처럼 느껴진다고도 하고, 또는 자기연민이 자기 변명으로 여겨져서 나의 성장을 방해할 것 같다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내 안의 비판적인 목소리는 스스로에게 완벽을 요구하며 높은 기대와 기준을 세웁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채찍질을 해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나에게 친절한 것은 나약한 자기 변명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성장하면서 알게 모르게 주변의 기대와 비교와 완벽주의를 내면화한 내 안의 비판자는 나에게 엄격한 것이 나를 위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가 많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는 자기 연민 (Self-compassion)에 대한 연구에서 자기 연민 점수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자신을 개선하고자 하는 동기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진실하게 대하는 자기 진정성 검사에서도 자기 자신에게 공감을 잘하는 사람들이 더 높은 진실성을 드러냈습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친절하고 자신의 감정에 공감하는 것이 게으른 것도, 성장을 방해하는 것도, 자기 변명과 기만에 빠지게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나의 어려움에 너그럽고 친절할 때 우리 스스로에게 더욱 솔직할 수 있고 자신을 개선하는 데에도 더 적극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내 안의 비판자를 그럴 수 있다고 공감하고 이해할 때 자기 비판이 줄어듭니다. 나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고 나에게 친절하게 되는 과정은 내 안의 비판자 역시도 포용하고 이해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반대로 나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이유로 내 안의 비판자를 비판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옵니다. 비판에 비판의 층을 쌓는 것은 내적 갈등을 키우는 결과를 낳아 오히려 진정한 치유와 화해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비판은 두려움과 불안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마음에서 나올 때가 많습니다. 내 안의 비판자는 나의 실수나 약점을 과장해서 떠올려야 남에게 비난받는 일이 생기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나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니 비판자의 마음이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합니다. 그런 마음을 억누르거나 싸우기보다는 이해하고 두려운 마음을 그럴 수 있다고 충분히 공감합니다. 나의 비판자와 화해하며 친절과 이해로 접근할 때 내 안의 비판자도 나의 일부로 통합하여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비판적인 생각이 활발하게 떠오를 때 내 안의 비판자와 대화를 하는 연습을 소개하겠습니다. 인형극을 이용해 내 안의 비판자와 대화하고 사랑으로 품어 안아 녹여내는 연습입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조용한 장소를 선택하여 두 개의 인형을 준비합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펜이나 숟가락 같은 물건도 좋고 손가락을 활용해도 괜찮습니다. 첫 번째 인형은 내면의 비판자 역할을 맡고 두 번째 인형은 나의 조건 없는 사랑의 마음을 담당합니다.
마음이 차분해질 수 있도록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평소보다 깊고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면 잠시 후 눈을 뜨고 인형극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 인형을 들고 지금 떠오르는 비판적인 생각을 인형의 목소리로 표현해 봅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하나도 여과 없이 다 말합니다. "넌 왜 이것밖에 못하냐. 내가 답답해서 미치겠다. 도대체 뭔 생각으로 사는 거냐..." 등등 최대한 실제로 말하듯 생생하게 말합니다.
두 번째 인형을 들고 비판자의 인형의 말에 경청하며 공감합니다. 두 번째 인형은 나를 지지하는 내 안의 조건 없는 사랑을 대표합니다. 두 번째 인형을 들고 "그렇구나, 그것밖에 못해서 실망했구나. 마음이 엄청 답답했구나. 앞으로가 걱정되는구나." 처럼 비판자 인형의 말을 따라하며 공감해 줍니다.
첫 번째 인형으로는 속에 떠오르는 모든 걱정과 비판을 여과없이 표현하고 두 번째 인형으로는 비판자의 날카로운 말 아래에 있는 두려움과 걱정의 마음을 이해와 사랑의 마음으로 느껴봅니다. 내 안의 비판자의 말을 잘못됬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자의 경청하고 들어주며 절대적으로 공감해 줍니다. 그리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 따듯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공감하며 답합니다.
"네가 지금 걱정이 되고 답답하구나. 그랬구나. 그런 마음이 들어서 힘들었구나. 답답한 너의 마음 이해해. 그랬구나." 이렇게 비판자의 마음을 온전히 느껴주며 공감해 줍니다.
비판자가 그렇게 스스로에게 엄격한 배경에는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그리고 다정하게 비판자의 두려움을 다독이는 말을 해 줍니다. "실수를 해도 괜찮아. 실수도 나의 일부야. 그러니 실수하는 나도 사랑해.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른 사람한테 미움을 받아도 괜찮아. 내가 너와 함께 해 줄게. 지금처럼 말이야."처럼 비판자의 마음을 다독이는 말을 해 줍니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절친 전략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비판자 인형이 또 다른 비판을 던질 때마다 내 안의 사랑을 대표하는 인형이 경청하고 공감하고 친절하고 이해심 있게 응답하는 연습을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와 같은 말로 자신을 격려합니다.
대화를 마친 후 나를 대표하는 인형과 비판자 인형이 서로를 꼭 껴안아 줍니다. 이 순간 비판자는 나의 적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존재임을 온전히 느낍니다. "넌 나를 보호하려고 했구나. 고마워. 그그동안 알아보지 못해서 미안해. 네 마음을 이해해. 사랑해."라고 다정하게 속삭이며 내 안의 비판자와 지지자의 두 마음이 하나가 됨을 느끼며 잠시 머뭅니다.
마지막으로 두 인형을 함께 껴안으며 내 안의 모든 부분이 나를 위해 존재함을 느낍니다. 내 안의 비판자에게도 지지자에게도 모두 감사하는 마음을 건네며 잠시 하나된 조건 없는 사랑 그 자체로 존재합니다.
이미지 출처: Vlada Karpovich @ www.pexels.com/photo/a-woman-holding-two-plush-toy-puppets-7356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