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마음을 통합하여 조화롭게 흐르기
나 외의 다른 그 누구도 내가 원하는 모든 순간에 함께 해 줄 수는 없습니다. 나를 아무리 사랑하는 부모라도, 영혼의 단짝이라고 느껴지는 애인이나 배우자도,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함께 다 느껴주고 이해해 줄 수는 없습니다.
만약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게서 그런 사랑을 원한다면 결국 좌절하게 될 것입니다. 그 누구도 그런 사랑을 줄 수 없을뿐더러 내 인생의 주체성을 남에게 맡겨 버리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나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조건 없이 함께 하는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나를 스스로 불쌍하게 여긴다거나 괴로움을 자아내는 치우친 생각에 빠져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고 자기 동정이나 자기 도취일 뿐입니다. 결국 자기 사랑에 반대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진정한 자기 사랑은 자아가 확장이 되어 마음이 넓어지게 합니다. 조건 없는 자기 사랑은 나와 남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나에게도 남에게도 애씀 없이 너그러워지게 합니다. 반면 자기 동정이나 자아 도취는 자기만 특별하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오히려 좁아지게 됩니다. 그것은 진정한 자기 사랑이 아닙니다.
조건 없는 사랑은 있는 그대로를 허용하는 마음입니다. 괴로움을 자아내는 생각이나 감정마저도 밀쳐내 않고 매몰되어 휩쓸리지도 않으면서 함께 해 주는 것입니다. 생각과 감정 너머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어떤 것이든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며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것입니다. 마치 성숙한 부모가 울고 있는 어린아이의 말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따듯하게 보듬어 주듯이, 나의 아픈 부분과도 함께 해 주는 것입니다.
내면 아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어린 자아가 있다는 말입니다. 해소되지 않은 아픔과 상처는 우리의 무의식에 남아 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의 부침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에 묻어 둔 억압된 마음들입니다. 너무 다루기 힘들거나 인정하기 싫어서 나의 일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갈라져 나온 마음들인 것입니다.
무의식 속에 존재하기에 나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내 행동과 반응에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크게 받는 상황이 생기거나 어렸을 때 상처를 받았던 때와 비슷한 환경을 맞닥뜨리면 당시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갑자기 소환되거나 반사적으로 반응 행동을 하게 됩니다.
<내면아이의 상처 치유하기>의 저자 마거릿 폴은 내면 아이는 우리 모두의 마음에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아무리 훌륭한 부모와 환경에서 자란다고 해도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고 자라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일에도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40년 이상 있는 지도 몰랐던 제 어린 시절의 상처를 발견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상처의 존재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크고 아프고 오래된 상처였습니다. 때문에 그 긴 시간 무의식 속에 묻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상처는 딸 많은 집의 막내딸로 태어나 버려질까 두려웠던 마음이었습니다. 제 안에 이런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저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자랐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두려움이었기 때문입니다. 조건 없는 자기 사랑을 실천하기 시작한 이후 어느 날 마음 깊이 묻어 두었던 그 상처와 두려움이 떠올랐습니다. 그 두려움을 온전히 마주하고 품어주었을 때 비로소 이해되었던 저의 그간의 행동 패턴들이 있었습니다. 그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분들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자기 사랑을 실천하다 보면 이렇게 하나 둘 내 마음 깊은 곳에 묻혀있는 상처가 불쑥 튀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나를 조건 없이 허용하고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마주하기 힘들어서 마음 깊이 묻어 두었던 과거의 상처나 무의식적 생각들이 표면으로 올라오는 것이라고 보아도 좋습니다. 그럴 때도 언제나처럼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따듯하게 허용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더욱 깊은 사랑을 실천할 기회가 왔구나 하고 나의 아픈 마음을 품어주면 됩니다.
갈기갈기 갈라져 나온 마음의 물줄기들이 통합하여 거대한 하나의 강물이 되어 일관되게 흐를 때 강물이 잔잔해집니다. 내 안의 전쟁이 멈추고 삶이 편안하게 흐릅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그런 내 안의 억압된 마음을 더 이상 억압하지 않아도 되도록 허용하고 품어주는 연습입니다.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바로 나의 마음들에게 사랑과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는 동시에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평화로움을 함께 느끼는 방법입니다. 억압된 감정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느껴주고 이해해 주고 허용하고 조건 없이 사랑해 줌으로써 내 안에서 부정되고 갈라져 나온 마음들을 통합하는 명상입니다.
억압된 마음을 통합하는 연습에 앞서 내 안에서 느낌으로 불러올 수 있는 세 가지 마음을 각기 다른 시선, 혹은 존재로 상상하며 떠올려 보겠습니다.
첫 존재는 내 안의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입니다. 내 안에 억압되어 있는 이 마음은 두려움 일 수도 있고 상처일 수도 있고 슬픔일 수도 있습니다. 솔직하고 순진하고 어리석기도 한, 상처받았거나 힘들어서 마주하기 두려웠던 마음입니다.
두 번째 존재는 내 안의 억압된 상처받은 마음을 조건 없이 사랑하고 공감하는 내 안의 조건 없는 사랑의 마음입니다. 마치 내가 늘 갖고 싶었던 상상 속의 가장 이상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한 마음입니다. 무한한 사랑과 무조건적인 공감을 주는 마음입니다. 언제든 달려가서 품어주는 마음입니다. 어떤 마음이던 함께 느껴주고 달래 주고 공감해 주는 절대적인 공감과 사랑의 마음입니다.
마지막 존재는 상처받은 마음도, 공감하는 마음도 그저 있는 그대로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는 하늘의 마음입니다. 내 안에 나타나고 사라지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허용하며 바라보고 있는 배경 의식의 넓은 마음입니다.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는 가운데에서 그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허용하면서도 단 한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배경 의식입니다. 비가 온다고 하늘이 젖지 않고 바람이 분다고 하늘이 흔들리지 않듯이 나타나는 모든 것을 알고 허용하고 포용하면서도 늘 있는 그대로인 나의 근본 마음입니다.
이렇게 내 안에 세 마음이 공존하는 것을 상상하며 느껴보세요. 순진하고 순수하며 쉽게 상처받는 어린아이의 마음과, 그 마음에 무조건 공감하고 사랑하는 따듯한 절대적인 사랑의 마음과, 상처받은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들을 모두 알아차리고 허용하면서도 늘 있는 그대로 흔들리지 않는 배경 의식의 마음입니다.
나의 내면을 통합하는 연습에는 이 세 가지 마음이 모두 참여합니다. 각 마음이 분명히 느껴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상상만으로라도 내 안에 이런 세 가지 관점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식하면 충분합니다.
종이와 펜을 준비합니다.
잠시 눈을 감고 마음속에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를 떠올리세요. 푹신하고 사각사각한 이불이 덮여 있는 침대가 있는 밝고 따듯한 방안도 좋습니다. 부드러운 잔디가 깔린 싱그러운 풀밭 위에 부드러운 수건이나 돗자리가 깔린 곳도 좋습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장소를 고릅니다.
다정한 목소리로 마음속에 마련해 둔 그 안식처에 내 안의 상처받은 마음을 아이의 모습으로 불러냅니다. 어릴 적 나의 모습으로 상상해서 불러내어도 좋습니다. 어떤 모습이던 순수하고 솔직한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불러냅니다.
불러낸 아이의 마음으로 그 장소를 편안하게 즐깁니다. 이불의 부드러운 촉감도 느끼고, 침대 위에서 뒹굴기도 하고, 풀밭이라면 싱싱한 풀 내음을 맡기도 하는 등 잠시 시간을 들여 마음속 안식처의 편안함을 만끽합니다.
안식처에 익숙해졌을 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따듯한 엄마의 마음을 불러옵니다. 아이를 조건 없이 사랑하며 함께 해 주는 마음입니다. 한없는 사랑의 그 자체가 되어 이 순진한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봅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그 사랑을 전달해 줍니다. 말로 해도 좋고 마음으로, 느낌으로 전달해도 좋습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꼭 안아 줍니다. 내 마음속 아이와 엄마가 꼭 안고 있는 느낌이 나의 몸에 어떻게 느껴지는지 그 감각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아이와 엄마가 서로를 꼭 안아주고 있을 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배경의 하늘의 마음도 잠시 느껴봅니다. 아이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과 느낌을 속속들이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알아차리는 배경 의식으로 존재하는 시선을 느껴봅니다. 태어나 지금까지 늘 있고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는, 늘 존재하는 알아차림을 가만히 느껴 봅니다.
이렇게 내 마음속에 불러온 세 존재의 느낌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시간을 들여 가만히 느껴봅니다. 그 느낌을 상상해서 느껴 봅니다.
잠시 후 엄마의 따듯한 마음을 담아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어떤 말이든 다 괜찮고 무엇이든 표현해도 된다고 말합니다. 말로 해도 좋고 글로 써도 좋고 그림으로 그려도 좋다고, 아이가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표현해도 된다고 전합니다.
평소에 쓰지 않는 손(예: 오른손잡이면 왼손)에 펜을 쥐고 내 안의 아이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까지 조용히 기다립니다. 재촉하지 않습니다. 그저 열린 마음, 따듯한 마음으로 손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립니다. 마음속으로 지지를 보내며 언제 까지든 함께 하며 기다려 준다는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글이나 그림이 시작하면 내면 아이의 메시지가 지금 손으로 통해 흘러나오도록 마음을 열어 둡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자유롭게 종이로 흘러나오도록 합니다. 흘러나오는 나오는 말이나 글이나 두서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글이나 그림이 알아보기 어려워도 괜찮습니다. 그저 나오는 대로 끄적입니다.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마치거나 중간에 멈추면 엄마의 마음으로 돌아가 질문도 합니다. 지금 어떤 느낌인지, 왜 그런 느낌인 것 같은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변했으면 하는 게 있는지 등등 내 안의 아이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떠오르는 질문들을 합니다.
공감하는 마음과 이해하는 마음으로 내 안의 아이를 대합니다. 판단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아이는 어떤 마음인지 이해하고 함께 느껴줍니다. 그랬구나… 그런 마음이었구나… 조건 없이 아픈 감정을 허용해 줍니다. 그 감정을 온전히 함께 느껴주며 사랑으로 안아줍니다.
감정이 나의 몸의 어느 부위에 어떤 감각으로 느껴지는지도 지켜봅니다. 만약 거부감이 생기거나 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 마음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따듯하게 감싸 안아 줍니다. 나타나는 모든 감정들을 다 그럴 수 있다고 공감해 주고 안아줍니다.
이런 때 하늘의 마음이 나와 늘 함께 있음도 떠올립니다. 어떤 느낌이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배경 의식의 존재를 느낍니다. 마음의 배경에서 나타나는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모든 느낌과 감정을 바라보고 허용하는 시선의 존재를 느낍니다. 늘 고요하고 변함없는 넓은 마음을 느끼며 동시에 따듯한 사랑과 공감을 스스로에게 보냅니다.
내 안의 아이를 가만히 포근하게 안아주며 아이에게 용기 내서 속마음을 나누어 주어 고맙다고 전해 줍니다. 그리고 온 가슴으로 깊은 사랑을 보냅니다. 마음속에서 내 안의 상처받은 마음을 가슴 깊은 사랑으로 절대적으로 공감하며 따듯하게 안아줍니다. 어렸을 때 늘 받고 싶었던 조건 없는 사랑, 한없는 사랑을 내가 내 안의 아이에게 보내줍니다.
아이를 온 마음으로 꼭 안아주는 느낌을 가만히 느껴봅니다. 아이와 엄마가 나의 몸에 스며들어 완전히 하나가 되는 느낌을 느껴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는 온전한 허용의 아버지의 시선도 느껴봅니다.
천천히 호흡을 하며 내 마음속 세 존재가 몸으로 스며들며 하나로 융합이 되는 것은 느낍니다. 마음들과 함께하는 충분한 시간을 가진 후 눈을 뜹니다.
마음 통합 명상이 끝난 후 알게 된 것이 있거나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면 잘 기록해 두었다가 실천하도록 합니다.
통합이라는 것의 의미는 갈라진 것을 합쳐서 조화로운 하나가 된다는 겁니다. 이제껏 억누르고 무시받은 내 안의 상처받은 부분들을 나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고통스럽고 부끄럽고 상처받은 나의 모습마저도 자연스러운 나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 하나의 전체로 존재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상처받은 마음은 내 마음속에서 거부당했습니다. 나는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모습, 너무 아파 감당하기 어려웠던 상처를 없는 척 무시하거나 부끄러워 숨겼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있는 그대로의 아이의 모습을 나의 깊은 마음에서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습니다.
수치스럽고 부끄럽다고 생각되는 나의 모습을 지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약하고 부족하다 생각되는 나의 모습을 포용하고 사랑할 때 마음이 통합이 됩니다.
마음이 통합되기 시작하면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그 모습이 사실은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는 깨달음입니다. 다만 내가 그것을 나쁘다고 판단하고 부끄럽다고 생각했기에 불편한 마음을 자아냈다는 진실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조금씩 그 진실을 깨닫고 내 안의 상처받은 아이를 위로하여 조금씩 통합이 될 때 점점 자유로워집니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자유로워지기 시작합니다.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그저 편안히 존재하게 됩니다.
마음을 통합하면서 얻게 되는 삶의 태도는 삶의 모든 순간을 포용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실은 삶에서 꼭 필요한 한 부분이며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넓은 마음이 자라나는 것입니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원치 않는 느낌마저도 인정하고 마주하며 허용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조건 없이 나의 삶을 사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