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존재 (Interbeing)인 우리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결감의 진실 속에 머무를 때 조건 없는 사랑이 그 참모습을 드러냅니다.
10년 전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부엌에서 물을 마신 후 컵을 싱크대 위에 내려놓던 때였습니다. 싱크대 상판을 기어가는 개미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개미를 고요한 마음으로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까맣고 작은 생명이 가느다랗고 뾰죡한 다리를 하나 둘하나 둘 부지런히 뻗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처럼 더듬더듬 거리며 이리저리 헤매던 개미가 순간 활짝 열린 제 마음으로 걸어 들어왔습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연대감이 느껴졌습니다. 활짝 열린 마음에 나타난 그것은 광대하고 고요한 자리에서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작은 개미와 나와 그 사이와 또 그 너머에 서로를 분리하지 않는 하나 됨이 느껴졌습니다. 개미가 나이고 내가 개미였습니다. 구분 없는 사랑 속에서 그저 존재하는 속에 한없는 사랑과 안온함이 넘쳐흘렀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벌레를 함부로 죽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길가의 꽃을 함부로 꺾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틱낫한 스님은 우리가 분리되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기 위해 여기에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며 우리 본질은 상호 존재 (interbeing)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연결감을 느끼고 자비와 이해를 실천하며 살아가야지만 서로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가르쳤습니다.
틱낫한 스님이 말씀하신 자비는 조건 없는 자기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진정한 자비는 나 자신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보살피지 않으면 타인에게도 진정한 자비를 베풀기는 어렵습니다.
나를 진정으로 조건 없이 사랑하기 시작하면 당연하게도 남에게 자비로워집니다. 조건 없는 사랑에는 경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나 자신에게조차 드러내기 힘들어서 무의식 속에 감추어 왔던 가장 못난 나의 모습마저도 그럴 수 있다고 포용할 수 있게 되면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조건 없는 자기 사랑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입니다. 나의 부족함을 따듯하게 받아들여 마음이 편안할 때 타인의 결점이나 실수도 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불완전함을 지니고 있고 고통과 행복을 번갈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타인을 향한 공감이 커지고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존재라는 깊은 연결감을 느끼게 됩니다. 너와 나 구분 없는 자비가 자라납니다.
때문에 내 안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은 세상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에서 호흡과 명상과 마음 챙김을 통해 나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치유할 때 자연스럽게 나의 주변도 치유됩니다. 타인과 세상을 향한 자비의 시작점은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평화와 사랑을 발견하여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나의 치유와 함께 세상이 치유됨을 목도하면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게 됩니다.
상호 존재인 우리 안의 연결감을 되살리는 명상을 소개하겠습니다.
조용한 공간을 찾아 허리를 곧게 펴고 어깨와 몸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앉습니다.
눈을 감고 호흡을 자연스럽게 쉬면서 들숨과 날숨에 집중합니다. 호흡을 들이 뒤면서 마음속으로 "숨을 들이 쉬며 편안합니다." 그리고 내 쉬면서 "숨을 내 쉬며 고요합니다."라고 반복해서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몸과 마음의 긴장이 점차 풀리고 고요해지면 호흡의 리듬에 맞추어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반복해서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들숨: 나는 지금 여기 존재합니다.
날숨: 나는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들숨: 내가 느끼는 이 존재감은
날숨: 모두와 공유하는 존재감입니다.
들숨: 내가 존재함으로
날숨: 세상도 존재합니다.
들숨: 세상이 존재함으로
날숨: 나도 존재합니다.
똑같은 구절이 아니어도 됩니다. 들숨을 들이마시며 나의 존재감을 느끼고 날숨을 내쉴 때 연결감을 느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을 반복하면서 내가 지금 이 순간 존재하고,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새기도록 합니다.
잠시 후 눈을 감은 채로 서서히 내가 점점 커지며 주변의 공간과 하나가 되는 것을 상상합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온 지구와 온 우주와 내가 구분 없이 하나로, 통째로 하나가 되는 느낌을 느껴봅니다. 잠시 그대로 통째로 하나인 느낌에 머뭅니다.
그 상태에서 서서히 자신과 주변 사람들, 가족, 친구, 이웃, 그리고 세상에 있는 사람들, 동물과 식물들, 나를 둘러싼 자연과 사물들을 차근차근 하나씩 떠올려 봅니다. 하나하나 떠올리며 그들의 존재가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껴 봅니다.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을 억지로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통째로 하나인 느낌에 머물다가 저절로 떠오르는 대상이 생기면 하나하나 연결감을 느껴보는 것도 좋습니다.
명상을 마치기 전 "모든 존재가 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라는 구절을 마음속으로 반복해서 되뇌며 모든 존재와의 연결감 속에 잠시 머무릅니다. 하나 된 나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건네며 명상을 마칩니다.
다음으로 소개드릴 자비 명상은 자신과 타인에게 따듯한 사랑의 마음을 보내는 명상입니다. 자비 명상만 따로 하는 것도 좋고 앞선 소개한 연결감 회복 명상 후 자비 명상으로 마무리 짓는 것도 좋겠습니다.
조용한 장소에 앉거나 누운 상태로 편안하게 자리 잡고 눈을 감은 후 몇 번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때까지 호흡에 집중합니다. 온몸의 긴장을 풀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합니다.
명상의 시작은 따듯한 사랑을 나 자신에게 보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은 구절을 천천히 반복합니다.
내가 평화롭기를...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건강하기를...
내가 안전하기를...
천천히 되뇌며 충분히 각 구절의 느낌을 만끽한 후 다음으로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에게 자비를 보냅니다.
당신이 평화롭기를...
당신이 행복하기를...
당신이 건강하기를...
당신이 안전하기를...
점차 자비의 대상을 넓혀갑니다. 잘 알지 못하거나 불특정한 사람등 생각이 나는 대로 떠올리며 자비를 보냅니다. 마지막은 모든 존재로 확장하여 자비를 보냅니다.
모든 존재가 평화롭기를...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모든 존재가 건강하기를...
모든 존재가 안전하기를...
가슴으로 자비로운 마음을 느끼며 명상을 하도록 합니다 명상에 차차 익숙해지면 자비 명상의 문구를 "점점 평화로워지고 있습니다." 또는 "내 안의 평화를 느낍니다."로 바꾸어 반복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미 자비로움이 내 안에 존재함을 확언하며 자비로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나 따듯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올라오지 않는다면 억지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문구이던 가장 마음에 와닿는 문구를 골라 여유를 두고 차분히 반복합니다. 잠시라도 나와 세상을 위해 따듯한 마음을 느끼겠다 의도를 내는 것,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명상을 마무리하며 잠시 조건 없이 친절한 사랑의 느낌 속에 머뭅니다.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자신과 세상에 감사를 보내며 명상을 마무리합니다. 명상 후에도 세상과의 깊은 연결감을 느끼는 채로 따듯한 마음으로 생활합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 www.pexels.com/photo/squirrel-biting-person-s-hand-417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