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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일요일 간식

by 이주희

놀랍게도 나에게는 제과 자격증이 있다. 학교를 다니던 내내
주말과 방학에 보험사 전화 상담원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졸업만 하면 관둬야지 하고 버텼는데 졸업하고는 계속 취직이
안돼서 관둘 수가 없었다. 폭발 직전이 돼서야 겨우 관뒀는데
수년간의 긴 알바 덕에 실업자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생뚱맞지만 국비지원이 되는 제빵 학원에 다녔다. 어차피 전공으로
그림으로 취업이 안되니까 다른 것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게
왜 빵인지는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아무튼 자격증을 따서 얻게 된 것은
크로와상의 실체였다. 밀가루와 버터를 1:1로 층층이 쌓아 올리는
크로와상을 만들고 보니 엄청 살이 찔 것 처럼 무시무시해서 도무지
먹을 수가 없었다. 그 뒤로 정말 안 먹게 되었는데 그 일도 십여 년쯤
지나고 나니 요즘은 간혹 맛있어 보이는 크로와상이 있으면 먹는다.
크로와상에 그동안 살아온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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