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째와 쉰한 번째 사이

오프 더 레코드

by 해무



<서른여섯 번째 근무>

요거트 붓고, 북어베이스 만들고, 앙버터용 버터 자르고, 소금빵 12개 만들었다. 오늘은 손님들이 밀대로 반죽 밀 때 방문하셔서 조금 시간이 지체됐다. 모양이 이상하기도 하고(변명 맞음). 오늘따라 정말 요상한 모양의 소금빵들이 탄생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내가 만들었으면서도 이해가 안 간다. 뭐.. 그런 날도 있는 거겠지. D의 말대로, 정말 커피일지라기보다는 빵일지 같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오늘은 유달리 커피 맛을 알기 어려워서 D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난 여전히 커피맛을 모르는 것 같다. 어렵다 어려워. 빵과 커피의 세계는 정말 어려운 것투성이다.






<서른일곱 번째 근무>

어김없이 소금빵 하는 날. 오픈에 조금 익숙해진 것 같다. 이러면 마감이 힘든데. 뭐든 중간이 없는 편이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손님이 매우 적은 날이었다. 빵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걱정은 된 날. 계란물 바를 때 색이 진하게 나오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적당히 먹음직스럽게 나와서 다행이었다.






<마흔 번째 근무>

마감하고 나서는 커피일지를 쓸 틈이 없어서 계속 빵 하는 날에만 쓴다. 이것도 뭐.. 커피일지지.



퇴근했는데 안 가고 버티다가 휘낭시에 반죽 이슈에 참여했다. 슈가파우더, 아몬드가루, 밀가루 등등 D의 주도 하에 조수로서 최선을 다 했음. 설거지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와서 스트레스받으면서 해치움. 설거지는 정말 제때제때 하고 싶다.



D가 휘낭시에 반죽하고 바쁠 것 같아서 13시 반부터 버터 쿠키 찍었음. 반죽이 말랑말랑해서 잘 안 되려나 했는데 12개의 북어랑 하트까지 잘 찍혔다. 빵 12개도 잘 만들었음. 오늘은 가염 버터를 더 크게 넣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잘림.

퇴근 안 하고 바 안에 계속 있었더니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계속 일하게 됨. 설거지 진짜 많이 했다. 아침엔 조용했는데 저녁 되어가니 듣기 좋은 부산스러움이 느껴지는 북어위크.






<마흔한 번째 근무>

요즘 겨울이라 그런가 소금빵이 잘 나가서 18개 하기로 했다. 덕분에 20분 일찍 출근함. 근데 평소엔 15분 일찍이라 괜찮았다(괜찮은 거 맞나). 다른 건 다 좋았는데 공굴리기할 때 손님들이 오셔서 시간이 좀 지체됐다. 그래도 11시 40분쯤 첫 판 나온 듯.



저번에 라즈베리 캔디 원두 두 번이나 주문하신 단골손님께서 내일은 매직 춤을 추러 오신다고 한다. 알고 보니 나랑 같은 아파트에 사셔서 친밀감이 올랐다. 춤추는 거 봐야 하는데 늦잠 잘 거라 가능할까 모르겠음. 오늘은 수요일이니까!



D랑 퇴근 전에 앙버터 용 팥앙금 소분했다. 앙버터 나만 먹는 줄 알았는데 요즘 손님들도 주문 꽤 하셔서 신기하다. 나만 알고 싶었던(ㅋㅋ) 메뉴였는데.



오늘은 라떼에 하트가 잘 나왔다. 2/3 확률로.. 늘 편차가 있다. 테이크아웃까지 괜찮았음.



길게 일해서 그런가 퇴근할 때쯤엔 기운이 많이 빠져서 힘들었다. 하루를 북어위크에서 모두 보내는 것 같음(사실).






<마흔여섯 번째 근무>

점점 드물어지는 커피일지 혹은 빵일지. 화요일엔 좀 얼떨떨한 상태로 빵을 만들고, 수요일은 어제 했다고 조금 더 익숙한 상태로 만든다. 오늘도 무사히 12개 만들기 성공. 내가 버터를 듬뿍 넣는 건지 긴가민가하다. 일단 오늘 소금빵은 맛있다는 평을 받아서 다행. 앙버터도 맛있게 먹었다. 이 정도면 내가 맛있게 먹으려고 만드는 게 아닌지.



북어라떼가 많이 나가서 어제 마감 때 크림 만들어두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오픈 근무였음). 12시부터는 뜨개모임부터 오늘의 글귀까지 단체 회의를 진행했다. 덕분에 13시부터 퇴근까지 시간이 잘 갔다. 글귀 컨펌받는 거 때문에 살짝 긴장한 상태였음. 릴스 촬영은 내가 참여하는 것도 없는데 자리에 있고 싶어서 약속을 절반 정도 없앴다.







<쉰 번째 근무>

소금빵 18개 만드는 설날 당일. 연중무휴로 일하는 덕분에 명절 느낌이 잘 안 나다가, 그제는 사장님들의 손님맞이를 보며 실감을 했다. 아, 명절이구나. 다들 떡국을 먹고 있는지 오후가 넘어서까지 손님이 전무하다시피 하다가 퇴근하고 나서 한꺼번에 만석이 되었다. 다들 한 살 더 먹고 북어위크를 방문했나 보다.



오늘의 소금빵은 순항! 요즘 반죽이 찰지다 싶어서 걱정했는데 모양은 전보다 더 잘 나오는 것 같다. 누가 커피일지 쓰랬지 제빵일지 쓰랬나. 근데 빵 만들기가 더 맞는 걸 어떡해. 재미라기보다는 커피 맛을 맞추는 걸 더 못하는 거다. 저번주 커피 릴스 찍을 때 북어위크 커피를 한 번에 못 맞춘 과오를 저질렀기 때문에 자신감이 더 사라졌다. 확실히 나는 쓴맛, 신맛, 고소함 등의 커피 속 미묘한 맛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연한 정도만 가능하다. 밍밍하다, 진하다 정도만. 빵은 커피보다는 확실한 것 같다. 어느 정도까지는. 빵도 분명 미묘한 경지가 있겠지.



요즘 오늘의 글귀나 이달의 북어위크(달력)를 제작하면서 ‘북어위크’라는 브랜드에 뭐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 짙게 한다. 원래도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고, 늘 행동은 뒷전이고 생각만 하고 있다고 느꼈지만, 직접적인 행동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 사소한 거라도 해내고 싶다는 생각. 북어위크의 성장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걸까. 거창한 걸 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파이를 늘려가고 싶다. 아직은 소심하다. 근무하는 동시에 나의 성장에 대해 고심할 수 있다는 건 큰 기회인 것 같다. 일의 강도와 별개로.






<쉰한 번째 근무>

두 시 시작인데 두 시간 정도 일찍 일을 시작한 것 같다. 휘낭시에 메뉴가 개발된 이후로 바가 가득 차고 분주해졌다. 특히 휘낭시에 하는 주말은 정신없는 날 확정. 북어위크에 왔더니 D가 살려달라고 하길래 오늘도 쉽지 않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주문을 쳤다. 설거지도 하고. 일하는 내내 설거지만 한 것 같다. 하나만 생겨도 바로 치우고 싶다는 강박적인 마음이 들어서 내가 일할 땐 설거지가 끝이 없다.



마감은 역시 다 하고 나면 피곤하고 기운이 빠져있다. 그래도 중간중간 휘낭시에를 간식으로 먹어서 버텼던 것 같다. 이번에 개발된 황치즈 휘낭시에가 정말 맛있다. 겉바속촉 그대로랄까. 치즈맛이 맛있게 나서 진심으로 서른 개는 한 번에 먹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맛있어 휘낭시에.. 일할 땐 너무 힘들게 하는 존재지만 정말 맛있긴 하다. 이제 시작이니까 잘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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