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타투 스마일을 새기다

나만의 다짐

by 스마일 엘린

2021년 2월 22일, 드디어 손목에 ‘SMILE’ 다섯 글자를 작게 새겼다.


너무 작은 글씨라 그런지 시술할 때도 그냥 콕콕 간지러운 정도였다. 태어나서 처음 간 타투샵, 혼자 가긴 무서워서 친구와 함께했다.



시술은 금방 끝났지만, 그 작은 타투 하나를 감행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싱글이었다면 아마 더 일찍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 후에는 신랑의 반대와 아이들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마음속에만 오래 간직해 두었다. “엄마가 왜 타투를 했는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두려웠다.


전업주부로 살면서, 준비되지 않은 체력과 마음가짐으로 버티다 보니 나는 만성통증과 우울감 속에서 오랫동안 지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웃고 싶었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신랑은 “타투 하나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라고 물었지만, 나는 확신이 있었다.


내가 늘 블로그 마지막 멘트로 쓰는 문장들이다.

Happiness is everywhere.
Happiness is a choice.


이 문장들을 새기고 싶었지만 신랑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물론 다 큰 성인인 내가 나의 몸에 타투를 새기는 건 내 마음이지만, 신랑과 불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합의한 건 딱 한 단어, SMILE이었다.

시계를 차면 가려질 만큼 작은 글씨로 딱 한 단어.



부모님께는 지금도 말씀드리지 않았다. 아마 아신다면 혀를 차실 것이다. 그래서 시댁에 갈 때나 엄마 아빠를 만날 때면 밴드로 그 부위를 붙였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지만 괜한 걱정과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이 물었을 땐 헤나라 둘러댔다. 다행히 사내아이들이라 금세 관심이 사라졌다.


타투를 한 지 벌써 4년. 효과가 있었을까?

내 답은 단연코 YES다.


이 작은 글씨가 우울을 완전히 없애주진 못했지만, 손목의 ‘SMILE’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


간혹 화가 나거나 울적한 날에는 어김없이 손목에 새겨진 스마일을 보며 긍정의 회로를 돌린다.


“웃자.”


그러면 신기하게도 금방 기분이 나아짐을 느꼈다.


의도적으로 긍정 회로를 만들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습관은 결국 삶이 된다.


그 덕분일까.
나는 예전보다 더 자주 웃고, 조금은 더 행복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손목 위 작은 글씨를 바라보며 다짐한다.


“웃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