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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 오로지 꿀에 [집중]

요즘 들어 불어난 체중이 걱정이긴 했지만

by 마음이 동하다

오늘 아침, 직장 근처 아파트를 산책했다. 지난주에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의 신호를 알렸던 매화나무를 천천히 바라보던 중,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 외에 무언가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얼마 전 동백나무에서 봤던 동박새가 숨어있었다.


연두색 몸통이 만개한 매화와 어우러져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급히 폰을 켜고 카메라 줌을 당겨 녀석의 이동 경로를 따라 포착했다. 쉴 새 없이 꽃의 냄새를 맡고 꿀을 따먹기를 반복하더니, 어느새 휘리릭 날아가 버렸다.


매일 일상을 기록하겠다며 주위를 자세히 살펴보니, 동박새를 처음 보는 것이기도 하고, 새가 꿀을 따먹는 모습도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이 녀석을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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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내게로 마중

먹이를 찾던 도중

나의 예상은 적중

꿀이 차지한 비중

지금 이순간 소중

요즘 불어난 체중

허나 그래도 신중

오로지 꿀에 집중


봄이 내게로 다가오는 따스한 바람과 함께 마중 나온 기분이 들었다. 나는 활기차게 날아올라 먹이를 찾던 도중, 매화의 나무에서 달콤한 꿀의 냄새를 맡았다. 그 순간,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꿀이 가득한 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꿀이 차지한 비중은 내 하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나는 그 달콤한 꿀을 향해 날았다. 요즘 들어 불어난 체중이 걱정이긴 했지만, 그 맛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었다. 허나 그래도 신중해야 했다. 꿀을 너무 많이 먹으면 배가 불러서 날 수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오로지 꿀에만 집중하며, 한 송이, 또 한 송이 꿀을 따먹었다. 이 봄의 순간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며, 나는 나의 작은 몸을 가득 채우는 꿀의 달콤함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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