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텃밭은 더욱 생동하는 봄의 빛으로 채워졌다.
직장 텃밭, 점심을 먹고 구경 중 우연히 나비 한 마리를 발견했다. 왠만하면 꽃에 앉아서 꿀을 먹을 법도 한데, 이녀석 거의 10분동안 쉴새없이 날아다녔다. 나비의 빠른 날개짓과 그 보다 더 빠른 나의 폰카메라 셔터스피드. ㅎㅎ 약 50장은 찍고나서야 겨우 한 장 건진듯 하다.
햇살 아래 푸른 숨결도 나름
연둣빛 이파리 바람에도 나약
고요한 온기 속 식물들도 나른
꽃잎을 타고 도는 바람은 나선
줄기 끝 피어난 꿈 하나에 나래
속삭이듯 흐르는 바람결 나긋
틈마다 자라나는 하루하루 나날
그 틈에 춤추듯 내려앉은 나비
봄날의 햇살 아래, 텃밭은 고요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속에서 식물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나름의 생명을 피워내고 있었다.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는 연둣빛 이파리는 아직 연약한 듯, 쉽게 흔들리며 나약한 생의 출발점을 보여주었다.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정오 무렵, 그 잎사귀들과 줄기들은 기분 좋은 졸음에 젖은 듯 나른한 평화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작은 꽃잎 하나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원을 그리듯 회오리쳐 지나갔고, 그 움직임은 마치 세상의 조화로운 움직임을 따라 돌고 도는 나선 같았다.
바람결은 어느새 줄기 끝에 맺힌 꽃망울을 간질이며, 작고 반짝이는 꿈 하나를 피워내었고, 그 순간은 텃밭 위에 조심스레 펼쳐진 나래 같았다. 이어진 바람은 지나치지 않고 조용히 스미며 식물 하나하나를 어루만졌고, 그 감촉은 부드럽고 속삭이듯 나긋한 봄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이 작은 정원에는 하루하루 시간이 쌓이며, 계절이 조금씩 익어가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고요한 시간의 결을 따라 한 마리의 흰 나비가 사뿐히 내려앉았고, 그 순간 텃밭은 더욱 생동하는 봄의 빛으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