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중환자실에서 통첩이 날아왔다
이번 일요일까지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기관절개술을 해서
2차 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가라고 ㅠㅠ
돈이 안 되는 걸까
가망이 없다는 걸까
뇌 ct는 필요도 없다더니
갑자기 뇌 ct를 찍는다고 한다
전원의 타당성을 찾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조금 회복의 예후를 느껴서인지 알 수 없다.
환자의 의식이 회복되지 못하는 것만큼 힘든 건
절망을 노래하는 사람들 속에서
희망을 품어야 한다는 것
이미 포기해 버린 어머니에게
소리치고 말았다.
작은아버지가 꿈에 돌아가신 조상들(할머니, 할아버지, 큰아버지)이 자꾸 꿈에 나온다며
불길한 소리를 해대고
엄마는 그걸 끄덕이고 있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났다.
평소에는 연락 한번 없던 친척들의
걱정과 관심, 호기심이 뒤섞인 전화들도 지금의 현실을
견디지 못하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내일은 내가 아빠를 면회하는 차례
30분간 초점 없는 아빠에게 이야기를 하고 나오면
힘이 빠진다
나 역시 이제 포기해야 하는가
눈물이 나고 애석하다.
내가 죄가 많아서
이런 일을 겪는 거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는다.
밥알을 넘길 때마다
누워계신 아버지가 생각난다.
아빠
한 번만 일어나
우리 헤어질 준비라도 하고 이별하자.
나 오늘 수목장 보고 왔어
아빠 묻힐 곳 어딘지
아빠도 직접 한번 봐야지
아빠
우리한테 시간을 3개월이라도
주면 안 될까
아빠 제발
일어나.
뇌사도 아닌 아빠를
우리가 포기하지 않게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