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 간지 12일 차
드디어 아빠의 첫 호전이다.
매일 아침 10시에서 10시 30분
ACU(응급중환자실)의 면회시간
간절한 마음으로 들어간다.
일요일까지 의식을 차리지 못하면 전원을 면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 속에
아빠의 호전을 간절히 염원하며 달려갔다.
먼저 만난 간호사 선생님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하였다.
1회용 옷을 입고 아빠를 불러본다.
자가호흡을 하느라 힘이 드는지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하다.
가지고 온 아로마를 헤어라인에 발라주며
말을 건넨다.
나중에 법인을 정리할 때 필요할지도 모르는 사진을 찍어 두라는 엄마의 말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사진을 살포시 찍어본다.
내 느낌일까
깜박이지는 못하지만
아빠는 오늘은 눈도 좀 움직이고
내 소리가 나면 눈꺼풀을 올리기도 한다.
잠시 후에 주치의가 들어와서
어제와 다름이 없다 한다.
눈도 좀 움직이고 부르면 눈도 뜨는 거 같은데
무의식적인 반응일까요 선생님?
주치의는 그렇다고 끄덕인다.
그 순간 아빠는 눈을 뜬다.
의사는 크게 성함을 부른다.
아빠는 그 성함을 듣고 다시 눈을 뜬다.
의사는 오늘 아침에 뇌 CT와 복부 CT를 찍을 때까지도 반응이 없었는데
그래도 좋은 반응이라고 말했다.
기쁨의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다.
아빠에게
고맙다. 수고했다. 힘들었지.
평생 해보지 못한 말을 쏟았다.
아빠가 심심할까 봐
아니 사실 아빠가 다시 잠을 잘 까봐
효도라디오를 틀고 왔다.
주렁주렁 걸려있는 게 많아서
라디오가 안 잡혀서
노래와 뉴스, 기도문, 내 목소리 등을 담았다.
12일 만에 첨으로 안도가 된다.
의학적인 희망은 10프로 늘어난 거라고 할지라도
내 마음에서는 희망이 90프로가 되었다.
함께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