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펄 Aug 07. 2023

동네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 다섯 가지

동네 병원 고르듯 애인을 골랐더라면……

동네 병원을 선택할 때 몇 가지 기준이 있다. 첫째, 의사가 해당 과목의 ‘전문의’인지 확인한다. 이는 병원 이름에서 알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내과 진료를 간다면 ‘참 좋은 의원 - 진료과목: 내과’가 아니라 ‘참 좋은 내과 의원’을 선택한다. 의사 면허가 있는 일반의와 전문의 모두 의원을 개원할 수 있는데,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의과 대학 6년 과정을 마친 뒤 바로 개원한 일반의의 경우 간판에서 ‘의원’ 앞에 진료 과목을 쓸 수 없다. 사실, 동네 병원(1차 의료기관)은 대부분 가벼운 증상으로 내원하므로 ‘참 좋은 내과 의원’이든, ‘참 좋은 의원’이든 어디를 방문해도 약 처방 등에 별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큰 병이라는 것이 언제 소리소문 없이 찾아올지 모르기에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거치며 실제로 중증질환을 다룬 경험이 있는 전문의가 아무래도 큰 병의 징후를 잘 잡아내지 않을까 하는 믿음과 기대가 있다.


특정 증상 때문에 내원했더라도 의원의 다른 진료 과목도 미리 살펴 두면 유용하다. 예를 들어, ‘강민주 내과 의원 – 진료과목: 소아청소년과’이면 선생님의 전공 과목은 내과이지만, 소아청소년 진료 경험도 있는 분이구나 알 수 있다. ‘우리 산부인과 의원 – 진료과목: 피부과,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산부인과 진료 경험이 괜찮고, 선생님이 의사소통이 원활한 분이라면 피부과나 마취통증의학과 진료가 필요할 때 방문해 볼까? 라고 기억할 수 있다.



둘째,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의원명에 의사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예를 들면 ‘참 좋은 내과 의원’보다는 ‘강민주 내과 의원’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간판에 자기 이름 석 자를 새긴 만큼 의사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좀 더 크지 않을까 싶어서다.


셋째, 동네에서 오래 버틴 아우라가 풍기는 의원을 선호한다. 이런 곳은 주로 새로 지은 건물이나 큰 빌딩이 아닌 약간 낡고 바랜 듯한 건물이나 자가 소유의 건물인 듯한 단독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다소 낡았지만 관리가 잘 돼 있어 깨끗하고 단정한 인상을 준다. 오래 방치해서 지저분하고 파리 날리는 것 같은 분위기가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내원해 보면 허름한 외관과 달리 의료장비도 잘 갖췄고, 단번에 보기에도 경력이 지긋한 선생님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 내공이 느껴진다. 경험이 많은 만큼 설명도 명쾌해 이해하기 쉬워 신뢰감이 높아진다.


넷째, 운영 시간이 지나치게 길지 않은 곳을 가는 편이다. 평일 9시에 시작해서 6시 종료, 점심시간 1시간, 이처럼 의료진이 하루 8시간 이내로 근무하는 곳을 선호한다. 요새는 토요일까지 주 6일 일하지 않고 평일 가운데 목요일 즈음 하루 쉬며 주 5일 운영하는 병원도 왕왕 있고, 평일은 10시에 시작해서 6시에 종료하며 점심시간을 여유롭게 1시간 20분을 보내는 병원도 봤다. 의료진의 근무 시간이 빡빡하지 않다는 것은 아마도 병원 운영 책임자인 의사가 휴식이나 개인 시간의 중요성을 잘 안다는 의미이고, 병원이 재정적으로 최소한 어렵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무리한 병원 운영을 하지 않아도 되니 환자에게 과잉 진료나 처방할 가능성도 낮을 것이고, 의사만큼이나 중요한 간호사도 업무 압박이 덜해 불친절할 확률도 낮은 듯하다.


다섯째, 다니던 의원이 공간을 확장해서 근처로 이사 가면 더 안심하고 기꺼이 단골이 된다. 처음부터 너무 신식 건물이나 임대료가 비싼 역 근처에 개원하는 병원은 내 경우는 방문을 꺼리는 편이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공간 크기로, 동네의 적당한 위치에서 운영하던 병원이 가끔, 더 좋은 위치의 좋은 건물로 확장 이전할 때가 있다. 이 경우, 나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도 의사의 진료와 간호사의 응대에 만족도가 높아 장사가 잘 되고,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석해서 안심하고 계속 같은 의원을 찾고는 한다.


요새는 플랫폼에서 병원 방문 후기도 쉽게 살펴볼 수 있는데, 새로 개원한 곳인데 단기간에 리뷰가 급속도로 많이 달린 곳도 피하는 편이다. 홍보에 지나치게 열을 올리는 만큼 오히려 의료진의 실력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마케팅 비용 지출이 큰 만큼 병원 운영을 무리하게 하지는 않을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반면, 후기가 아예 없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많지도 않은 리뷰를 살펴보다 보면, ‘좋아요’라는 짧고 건조한 방문 인증이 이어지다가 ‘선생님이 설명을 꼼꼼하게 잘하신다’, ‘이 동네에 오래 살았는데 계속 다니고 있다’, 심지어 ‘이사를 갔는데도 굳이 선생님께 진료받으러 온다’라는 뭔가 진심(?)이 담긴 평이 간혹 섞인 경우가 있다. 이사를 한 뒤 첫째에서 다섯째 기준을 충족하면서 먼저 내원한 사람이 이와 같은 평을 남긴 동네의 내과와 산부인과, 안과, 치과에서 각각 진료를 받았는데 지금까지 대만족이다. 지역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가벼운 질병을 다루는 1차 의료기관답게 선생님들이 증상의 원인은 물론이고, 예방법과 전반적인 건강 관리법을 꼼꼼하게 설명해서 모르던 의학 정보도 알게 되었고, 평소 궁금한 점도 묻고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번지르르한 건물이나 의료장비, 과도한 온라인 후기 등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근거 있는 기준으로 실력과 내실을 갖춘 동네 의사와 의원을 선택하듯 애인이나 배우자를 선택했으면 좋았을 텐데…… (농담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이가 든다는 것의 생각지 않은 장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