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와 억압, 선전에 익숙한 나라, 중국
“중국인이 붉은색을 길하다고 여겨서 좋아한다고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나, 온통 붉은색으로 도배돼 있어 노이로제에 걸릴 거 같아요. 특히, 도처에 널린 붉은 글씨는 도저히 적응이 안 되네요. 무슨 공산당도 아니고.”
6층 호텔 창밖으로 시안의 현대식 건물을 내다보며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이질감에서 비롯한 긴장된 불안감을 룸메이트에게 토로했다.
아차, 맞다. 여기는 비유적으로 ‘공산당’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일당 독재 체제로 운영/유지되고 있는 나라였다.
위의 사진은 건릉 근처의 식당 앞에 걸려있는 거대 현수막이다. 중국어가 부족해서 이 현수막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주요 관광지의 일반 식당 앞에 ‘부강/민주/문명/자유/평등/공정/법치/애국’ 같은 구호가 붉고 강한 글씨로 큼지막하게 나열돼 있는 상황이 낯설고 어색했다. 일종의 선전물인가?
중국이 통제가 강하다는 건 셴양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입국을 하려면 프로그램에 열 손가락 지문 등록을 마쳐야 했다. 그리고 주요 유적지마다 짐 검사(X-RAY 검역)를 거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는데 몇 번 하다 보니 이 절차를 마쳐야 입장을 할 수 있기에 미리 짐 검사를 준비할 만큼 금세 익숙해졌다. 어떤 관광지에서는 여권을 소지해야 입장할 수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병마용 갱에서 두 번인가 여권 등록 절차를 거쳐야 했다.
특히, 공항에서의 짐 검사는 더욱 철저히 이뤄졌다. 보통은 출국할 때만 짐 검사를 하기 마련인데, 중국으로 입국할 때도 또 한번 짐 검사를 해야 했다. 그런데 이는 중국이 통제가 강한 국가이기 때문인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한국으로 입국할 때도 시안 방문객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자국민인데도 휴대품 동/식물 X-RAY 검역을 진행했으니 말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중국에서 정말로 구글과 카카오톡 등에 접속할 수 없자 닫힌 세계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시진핑이나 마오쩌둥, 장제스와 같은 이름을 함부로 입으로 내뱉기를 주저하고, 주변을 의식하는 나 자신과 답사 일행을 보며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세상에 발을 딛고 있다고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