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걔가 내 앞을 혹은 내 뒤를 안고 있는 동안엔 내가 뭘 얼마나 잘하는지는 잠시 아무 상관 없어지는 느낌이다. 동시에 나는 내가 나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런 희귀한 순간은 남을 통해서만 아주 가끔 가능해진다.
일간 이슬아 수필집, 이슬아, 11p
누가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 것 같냐고 무심히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누군가의 숨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것이라고.
그렇게 누군가의 숨소리에 숨죽이다가 나의 숨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반려자와 처음 밤을 보내던 날을 기억한다. 우리는 꽤 긴 연애를 했기 때문에 꽤 오래전일 텐데도 기억이 꽤 선명하다.
그는 나를 안고 잠들었다. 깊이 잠든 것인지 깊고 고르게 숨을 쉬었다. 그 숨결이 콧잔등을 간지럽혔다. 나는 말똥말똥했고 옆으로 누워 안긴 자세가 어딘가 불편했지만 팔을 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그가 내쉬는 숨에 맞춰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잠들지 않았기 때문에 평소처럼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숨을 쉬고 있었다. 그의 들숨과 날숨에 맞춰 숨을 쉬어 보았다. 그가 숨을 들이쉬면 몸이 부풀어 올랐고 나는 그때에 맞춰 숨을 내쉬었다. 그가 숨을 내쉬면 숨을 마셨다. 그게 재미있었는지 한참을 그러다 잠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조금은 풀어진 미간, 미세하게 흔들리는 볼살, 무방비하게 살짝 벌어진 입술,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작은 점들, 깨어날 듯 말 듯 꿈틀거리는 눈썹까지.
사랑하는 이들의 잠든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나쳤던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이 좋아 그들이 잠든 모습을 지칠 줄 모르고 바라보았다. 그들 안의 작은 평화가 내게 번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잠든 모습에 대해 나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나는 본능적으로 잠에 빠져든다. 마치 나를 보호하려는 유일한 마법인듯 필사적으로 잠을 잔다. 손을 더듬어 머리를 기댈 자리를 찾고 그게 어디든 잠에 들 수도 있다. 그것도 매우 순식간에.
얼마간 그런 날들이 지속되었던 것 같다. 내가 먼저 잠들고 쓰러졌기에 타인의 잠든 숨소리를 듣는 건 매우 오랜만이다. 그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