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전 6시, 팔달산에서 꿈을 뛰다

새벽 러닝부터 밤 10시 도서관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채운 성장 일기

by 의사과학자 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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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6시, 팔달산이 깨워준 아침 】


2019년 4월부터 2년간 저는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경인지방병무청 안에 있는 관사에 살았습니다. 경인지방병무청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서쪽 담벼락 아래에 위치하였고, 팔달산의 서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부임하고 첫 밤을 보낸 다음 날 새벽이었습니다. 오전 6시가 되자 강렬한 음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하여 놀라서 밖으로 나가보니, 공원에서 많은 주민들이 에어로빅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직선거리로 5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는데, 오전 6시부터 이렇게 스피커를 크게 틀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오전에 유산소 운동을 한다면 국가 의료비 절감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wVcA5npXxFUw3h30Gf4MhQ.png 사진 1. 알람은 필요 없었다. 매일 6시 팔달산 에어로빅이 깨워준 2년의 아침들. 우측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제가 살던 관사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매일 오전 6시에 그 음악소리와 함께 기상하였습니다. 그리고 매일 팔달산 둘레길을 러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둘레길은 두 개의 도서관(선경도서관, 중앙도서관)과 옛 경기도청을 지나는 길이었고, 높낮이가 꽤 있어서 달리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정조대왕 동상을 지나가면서 세계문화유산임을 느끼며 달릴 수 있는 길이라 정말 좋았습니다.


이 길의 가장 좋은 점은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인 점과, 나무가 우거져서 늘 그늘이 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곳보다 더 달리기 좋은 길은 찾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한 바퀴를 달리고 샤워를 한 후 출근하였고, 이때의 기억은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 하루 14시간, 의사의 USMLE 도전기 】


국가공무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저는 최소 한 시간 전인 오전 8시에 병무청 병역판정검사장의 제 자리로 출근하여 USMLE(미국 의사국가고시) step 1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새 병무청 수검 업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업무는 강도가 엄청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잘못된 판정이 내려졌을 때 수년이 지나고도 판정의사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꽤 컸습니다. 받는 보수에 비해서 책임은 큰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도 중요했지만 업무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개인 업무는 신경 써서 잘 처리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병무청 관내 구내식당을 이용한 후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판정의사들은 건강을 위해 근처 헬스장을 방문하거나 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1분 1초가 아까워서 밥만 먹고 돌아와 양치를 한 후 바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수능 입시 재수학원 때의 생활과 유사한 생활이었습니다.


오후 수검이 시작되면 똑같이 판정업무에 집중했고, 일이 끝나면 근처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오롯이 본인의 미래가치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 자, 밥값 하러 가자 】


정형외과 병역판정 업무는 대체로 각도측정과 길이측정 같은 객관적인 업무가 많았습니다.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항목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수검자들이 본인이 예상하거나 기대한 판정이 있을 텐데, 원하는 판정이 나오지 않으면 그것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판정은 판정의사 임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판정 근거 (검사규칙)를 가지고 각도와 길이를 측정하는 것임을 설명했습니다. 측정 결과를 화면으로 직접 보여주고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https://brunch.co.kr/@smryuphd/47



【 수원의 도서관, 나의 안식처 】


경인지방병무청 근처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선경도서관이 있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방문했습니다. 근처에 산이 있어서 경치가 좋았고, 수원화성 행궁 안에 있어서 관광지 느낌도 나는 멋진 곳이었습니다. 공부도 하고, 중간에 도서관에 전시된 그림들을 구경하고, 책도 가끔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정말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경험이었습니다.


가끔 선경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이 집중이 안 되고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에는 수원중앙도서관에 방문했습니다. 거리는 1.5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걸어서 갈 만한 정도였습니다. 선경도서관이 신식 건물이었다면, 중앙도서관은 약간 오래된 건물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는 수험생으로서 그런 것에 큰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큰 신경 쓰지 않고 어디에 있든 하루에 할당된 공부의 양을 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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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년 역사가 숨 쉬는 팔달산 둘레길 】


경인지방병무청에 근무하는 내내 팔달산 꼭대기인 서장대에 하루에 한 번은 꼭 올라갔습니다. 단숨에 뛰어가면 10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는 그렇게 높지 않은 높이였지만, 올라가면 수원시내가 다 보이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매번 뛰어서 올라간 것은 아니고, 걸어서 올라갈 때도 있었고, 빙빙 둘러서 올라갈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큰 산이 아니다 보니 곳곳에 여러 길들을 돌아다니면서 산의 싱그러운 느낌을 많이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산 정상에서 멀리 바라보고 오면 눈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서장대 꼭대기에 올라가면, 수원 화성행궁의 건설을 지시하신 정조대왕이 서장대에 올라와서 군사 훈련을 지켜본 후 감회를 읊은 시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 자리에 왕이 올라와서 앉으셨다고 생각하니 20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농담이지만, 왕을 모시고 이 꼭대기까지 올라왔을 가마꾼의 노고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fuTzsgoVSnZ7Q29xTt1C_w.png 사진2. 정조대왕이 군사훈련을 지켜봤던 서장대, 나의 일일 충전소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는 팔달산 둘레길을 조금 걷다가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식사 후에 바로 앉으면 혈당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조금 걷다가 돌아오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팔달산의 둘레길은 높낮이가 심하지 않아서 완만한 편이었는데, 정말 큰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어서 제가 생각하기로는 도심에서 느낄 수 있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멋진 산책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계절마다 이 둘레길은 4색의 매력을 보였습니다. 그중에 두 가지를 뽑으라고 한다면 저는 여름과 가을을 뽑습니다. 여름은 정말 덥지만, 나무 그늘의 소중함과 귀중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의 울긋불긋한 단풍의 분위기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절대 만들 수 없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색감이었습니다. 이 길에서 아름다운 사계절을 두 번 느끼고 군 대체 복무를 마무리하는 중이었습니다.


1*Uh7V9lMRXAxVn69fgL7OBg.png 사진 3. 사계절이 선물한 팔달산 둘레길, 가을이 가장 아름다웠다


저는 이 팔달산에서의 산책과 러닝의 좋은 기억을 바탕으로, 수원을 떠난지 5년이 되고 있는 이 순간까지도 늘 어디에서라도 산책과 러닝을 하루에 한번은 하려고 노력합니다. 수원에서 군 대체복무를 통해 좋은 습관을 얻게 되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듭니다.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팔달산이 준 첫 번째 선물은 새벽 6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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