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호차 좋아하는 마음보다 중요한 건 속도였다

《청순은 무슨, 청춘이 또 하루 지나갔다》

by 설야

그 사람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말도 잘 통했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서로의 관심사도 조금은 닮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마음은 점점 조급해졌다.

나는 조금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고,

그는 아주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 속도의 차이는

서운함이 되고, 불안이 되고,

결국엔

내가 혼자 너무 많이 움직인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좋아하는 마음보다 더 중요한 건

같은 속도로 걸을 수 있는가였다.


나는 앞서가면서 자꾸 뒤를 돌아봤고,

그는 따라오지도,

제대로 멈추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쩌면

그 사람은 나를 마음에 들어 했지만

서두르고 싶진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천천히 오는 사람을 기다릴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대가 나쁜 것도, 내가 틀린 것도 아니었다.

단지, 속도가 맞지 않았을 뿐.


함께 걷는다는 건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일이니까.


한쪽이 자꾸 발을 맞춰야 한다면

그 길은 결국

둘 중 하나만 지치게 된다.


#좋아함과속도 #서로의페이스 #불균형한시작 #소개팅이야기 #마음의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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