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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Oct 13. 2021

11. 좋은 나라는 어떻게 만들까?

국가론_플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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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군단의 덫]


동하는 레고 모양으로 변해가는 다리를 만져봤어요. 이대로 조금 더 있다가는 온 몸이 레고로 변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숲 어딘가에 있을 하나를 생각하며 용기를 내기로 했어요.


하나도 나처럼 이 세상에 떨어져 있다가 팔이 레고처럼 변한 게 분명해.
게임 세상에 완전히 흡수되기 전에 하나를 구해서 빠져나가야 할 텐데...

동하는 발에 얽힌 덩굴을 풀려고 손을 댔어요. 순간, 갑자기 몸이 붕 떠올랐어요. 세상이 거꾸로 보이기 시작했죠. 덩굴인 줄 알았던 게 사실은 덫이었어요. 동하는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리고 말았어요. 잠시 후 저벅저벅 절도 있는 발소리가 들려왔어요. 눈을 떴을 때에는 MSG 군단에 둘러 싸인 후였어요. 동하는 탈레스의 물항아리, 비판의 검과 같은 아이템을 쓰려고 바둥거렸어요. 하지만 거꾸로 매달리는 바람에 아이템은 모두 땅바닥에 쏟아져 있었죠. MSG군단이 다가와서는 만족스러운 듯이 붉은 눈으로 동하를 이리저리 살폈어요. 그리고는 덩굴째 동하의 몸을 둘둘 말아 어딘가로 데려가기 시작했어요.


[이상한 나라의 지도자]


털썩! MSG군단이 동하를 먼지가 잔뜩 있는 바닥에 던졌어요. 동하는 '콜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어요. 눈을 비비고 주위를 둘러봤어요. 그곳은 어쩐지 낯익은 오두막이었어요. MSG 군단에 속한 병사 하나가 동하 몸에 묶인 덩굴을 풀어줬어요. 동하가 물었어요.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왜 잡아왔죠?"


MSG 병사가 대답했어요.


"너는 생각을 하는 아이라 들었다. 지도자님은 생각할 줄 아는 자를 붙잡아오라 하셨지."


동하는 처음 이 세상에 떨어졌을 때 하나가 해줬던 말이 생각났어요. 생각을 하면 진짜 사람이 돼서 이 세상을 탈출하게 되니까 그걸 막는 게 MSG 군단의 임무라는 말이었죠. '그렇다면 나도 생각을 못하게 하려는 걸까?' 겁이 덜컥 났어요. 한편으로 동하는 MSG와 이 게임 세상을 다스리는 지도자가 궁금해졌어요. '누가 이런 나쁜 나라를 만든 거지?' 그때 문이 열리고 지도자가 동하 앞으로 걸어왔어요. 모래 먼지 때문인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죠. MSG군단은 모두 한 줄로 서서는 경례를 했어요. '저 사람이 이 세상의 지도자로구나!' 동하가 생각하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오호! 이게 누구야! 동하로구나!"


두건을 벗은 사람이 다가와 동하를 일으켜주었어요. 그 사람은 바로 플라톤 선생님이었어요.   



[플라톤의 국가론]


동하 : 플라톤 선생님! 선생님이 지도자라니... 대박!

플라톤 : 허허. 그래. 숲에 새로운 철학자가 나타났단 소식은 들었다만 그게 너일 줄은 몰랐다. 초등학생이 아주 대단한걸? 게다가 아이템을 보니, 탈레스의 물항아리, 주근깨 카드, 비판의 검, 변증법을 쓸 수 있는 변화의 불꽃과 생각의 지도까지 얻었더구나.

동하 : 네. 빨리 레벨업을 해야 집으로 갈 수 있을 테니까요. 헤라클레이토스의 변화의 불꽃과 파르메니데스의 세계는 불변한다를 합친 게 바로 플라톤 선생님이라고 생각의 지도를 통해 깨달았어요. 그래서 선생님을 찾아뵙고 레벨업을 해서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하나가 미토스에 납치돼서... 흑흑.

플라톤 : 음. 그러고 보니 내 생각이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를 합친 것이라 볼 수 있겠군. 지금 눈에 보이는 세상은 변화하지만, 이데아의 세계는 불변하니까 말이야.

동하 : 그런데... 선생님이 진짜 이 게임 세상의 지도자세요? 저 못된 MSG 군단이 선생님의 부하이고요? 선생님은 진짜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탈출 못하게 하려는 거예요? 훌륭한 철학자인데 왜 이런 이상한 나라를 만드신 거죠?  

플라톤 : 어허. 질문이 많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단다. 나처럼 뛰어난 철학자가 다스리는 세상이니 아주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지.

동하 : 철학자가 지도자나 대통령이 되어야 좋은 나라다...라는 게 선생님의 주장이시군요. 그럼 그 근거를 말해서 깨달음을 주세요. 만약 근거가 이상할 경우엔 바로 비판을 할 테니까요.

플라톤 : 호오. 주근깨 카드를 발동하고 비판의 검까지 사용하겠다니 생각법을 제대로 배웠구나. 좋다. 그럼, 내가 너를 처음 만날 때 해줬던 동굴의 비유와 이데아의 세계를 기억하니?

동하 : 물론이죠. 동굴에서 그림자만 본 사람은 동굴 속 세상을 진짜 세상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동굴 밖의 세상이 진짜 세상, 즉 이데아의 세계라고 하셨어요.

플라톤 : 그렇지.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동굴에 사는 사람들과 같아. 자기의 눈으로 본 게 전부이고 진짜라고 생각하지. 지도자는 일반 국민들보다 특별해야 해. 생각과 이성의 눈으로 세상 너머의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하지. 파르메니데스나 나처럼 동굴 밖에 나와 진짜 세계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단 말씀이야. 왜냐하면 진짜와 가짜, 세상과 이데아를 구분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을 가진 사람이어야 현명한 판단을 내려 국민을 잘 살게 해 줄 테니까 말이다.  

동하 : 지도자는 똑똑하고 지혜로워야 한다는 건 맞는 말씀 같아요. 하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은 아주 적을 거예요. 또 아무리 훌륭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자기 욕심을 위해서 잘못된 결정을 할 수도 있을 테고요.

플라톤 : 음. 소수의 특별하고 선택된 사람만 지도자가 되는 건 문제라는 비판이로군.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나라가 되겠니?

동하 : 그... 그건... 똑똑한 한 사람보다는 민주주의가 좋다고 생각해요. 책에 나와요. 민주주의는 모두가 주인이 되는 나라라고 학교에서 배웠어요. 지도자를 뽑거나 나라의 중요한 결정은 모두가 주인이 돼서 서로의 지혜를 합치거나 투표로 결정하면 되니까 공평하고 지혜롭지요.


플라톤 선생님은 민주주의란 말에 미간을 찡그렸어요. 그러더니 플라톤 선생님은 품에서 칼집을 꺼냈어요.


이건 비판의 검을 넣는 장단의 칼집이다.
이 칼집에 비판의 검을 넣고 다니면 비판의 검 능력치가 두배로 상승하지.


MSG군단 중 한 명이 나와 동하에게 빼앗은 비판의 검을 장단의 칼집에 넣자,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기 시작했어요. 동하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와~ 엄청난 아이템이네.' 플라톤 선생님은 각자가 좋다고 생각하는 나라의 장점과 단점을 말하는 장단 맞추기 게임에서 이기면 이 칼집을 선물로 준다고 했어요. 그러면 미토스의 숲에 갇힌 하나를 구해주고 레벨업도 돼서 집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을 거라 했어요. 하지만 게임에서 지면? 플라톤 선생님이 말씀했어요.  


게임에서 지면 내 후계자가 돼서 이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 MSG 군단에게 철학자를 찾아다니라 명령한 것도 생각을 못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후계자를 찾기 위함이었지.  

동하가 지면 플라톤 선생님의 뒤를 이어 이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니... 동하는 집에 돌아가지 못할까 두려웠지만, 하나를 구하고 집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플라톤 선생님과 게임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동하는 주먹을 꽉 쥐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플라톤의 가르침]


1. 이원론 : 이원론은 두 가지 원리로 세상을 보는 이론을 말합니다. 플라톤은 우리가 눈, 귀, 코와 같은 감각적으로 경험하여 알게 된 세상이 현재의 세상이고, 깊은 생각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세상을 이데아 세상으로 봤습니다. 즉 세상을 두 가지 원리로 나누어 보고 있으므로, 플라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이원론인 셈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이 육체와 영혼으로 되어 있다고 보는 생각도 이원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정과 반을 합친 변증법 :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이 불꽃처럼 변하는 것으로 보았고, 파르메니데스는 세상의 근본 원리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플라톤은 두 가지 생각을 하나로 합쳤습니다. 즉 이원론을 이용해 현재 세상은 변화하고, 이데아 세상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철학은 훌륭한 생각들을 서로 조화롭게 합쳐 발전하게 됩니다. 이것이 변증법의 힘입니다.


3. 완벽하게 좋은 국가 : 플라톤은 <국가론>이라는 책에서 이데아 세계처럼 완벽하게 좋은 국가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남들보다 완벽하게 뛰어난 지도자가 세상을 다스리면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소수의 똑똑한 사람만이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독재나 전체주의와 비슷하게 여겨져 비판 받곤 합니다.


플라톤의 이원론과 변증법적 생각으로 만든 좋은 국가


[엄마 아빠를 위한 팁]


앞선 1장에선 생각의 기본 방식을 배웠다면 2장에서는 이 생각법을 이용해서 구체적으로 세상에 적용한 철학자들의 논리를 배웁니다. 우리는 모두 좋은 나라에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투표도 열심히 하고 정치적인 문제에 귀를 기울입니다. 2천 년 전에 살았던 플라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아테네의 민주주의자들에게 사형당하는 현실을 목도하기까지 했으니 정치에 대한 관심이 더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플라톤은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합니다. 그리고 철인왕(철학자 왕)이 다스리는 이상적인 국가를 상상해봅니다. 플라톤의 국가는 소수의 엘리트가 다수의 국민을 지배하는 권위주의적 국가의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계급이 철저하게 나뉘고 그 계급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거짓말도 권장됩니다. 이러한 논리는 후에 히틀러를 비롯한 전체주의나 독재국가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플라톤의 상상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플라톤은 아테네식 민주주의의 시대를 살며 민주주의의 폐해를 보았습니다. 마치 지금 인터넷과 SNS에서 자유를 누린다는 명목으로, 서로 옳다고 싸우는 것 같은 혼란을 본 것입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생각의 힘이 모자란 사람들 모두에게 자유가 주어지고 의사결정권이 주어진다면 세상은 엉망이 될 것이란 걸 깨달은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열로 인해 나름대로 훌륭한 민주주의를 꾸려가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생각 교육이 절실합니다. 뉴스를 보거나 투표장을 보여주면서 아이와 더 좋은 나라, 더 좋은 정치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지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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