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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 Apr 12. 2024

시원찮고 서투른 사랑이었다

시원찮고 서투른 사랑이었다


일기를 적지 않던 평범한 일상에 네가 들어왔다 

나는 너를 표현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식상하지 않도록 노력을 하고는 했다 

너는 그냥 우리면 된다고 하였지만 

나는 무언가 조금씩만 더 특별하고 싶었다 

우리라는 표현 안에 가두어둔 우리가 싫었기도 하다 

스스로를 잘 모르는 나에게 너라는 존재는 보다 큰 의문이었다 

파문은 항상 저 멀리까지 갔다가 안부를 타고 되돌아왔다 

때로는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 네가 섭섭하기도 하였다 

서운함을 한 줄 남기려 오래된 일기장을 꺼냈다 

겸사겸사 사랑을 하는 법을 일기장에 물었더니 

밥 잘 먹고 똥이나 잘 싸라 하였다 

그래서 나는 잠든 네 손을 붙잡고 기도하였다 

"이 사람이 밥 잘 먹고 또 잘 싸게 해 주세요." 

남을 위한 기도는 이게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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