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꿈, 신해철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집에서 뒹굴대며 노래를 들으며 지냈던 내 인생의 마지막 여유로운 대학교 방학이었다.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서, 2000년대 학번은 잘하지 않았던 시위에 참석하고, 부산대에서 열렸던 한총련 발대식에 참석했었다. 한총련 발대식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모였던 학생의 면면이나 그들이 외쳤던 사회 정의 같은 것이 아니라, 왜 지하철을 단체로 타면서 돈을 내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아무리 시위를 해도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고, 정의를 외친다고 해도 지하철은 돈을 내고 타야 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사소한 의문이었다. 그때 구호를 외치며 지하철 탑승구를 뛰어넘어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발빠른, 그리고 현실적이었던 친구들은 사회에 대한 고민보다는 시험 점수와 학점, 그리고 전공과 취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뒤늦게 알았지만, 이미 기술고시를 준비했던 친구도 있었고, 다른 대학 의대로 재수하거나 전과를 고민하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가서 서울 친구들이 낯설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앞길만 고민하는 거라고, 대학생이 되었으니 사회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토론하고, 정의 구현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어리고 순진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 여름을 기점으로 나는 그런 색을 띈 동아리, 단체와 조금 마음의 거리가 생겼고, 그것은 지하철 요금을 내지 않은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가정사로 볼 때, 그때까지는 돈을 벌지 않아도 되었다. 그 해 겨울 방학을 지나, 대학교 2학년 1학기부터는 과외를 전쟁처럼 해야만 생활비와 내게 넘겨진 빚을 충당할 수 있었다.
그 마지막 한가했던 여름에, 나는 신해철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故신해철이라고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 시점으로 볼 때 그는 살아있었다, 그래서 붙이지 않는 것이 맞다고 주장해 본다.)
왜 사냐고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는 거예요.
철학과를 나왔던 그의 입담과 논리에 나는 "아, 맞아, 정말이야"라고 추임새를 넣기만 했었다. 고등학교 때, 침대에서 그의 방송을 듣다가 잠이 들어서 유선이어폰의 줄이 내 목을 감아 매일 자살 시도를 했던 그 시절, 그의 논리는 나의 논리였고, 그의 불만은 나의 불만이었다.
그래서 [첫 여름, 완주] 오디오북에서 그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비슷한 성우의 목소리로 그의 방송이 재현되었을 때, 반가움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기억 속 노래에 관한 글을...
내가 좋아했던 많은 노래가 있지만, 역시 그 여름에는 "매미의 꿈"을 계속 들었다. 그것도 노래보다는 장난처럼 넣은 것 같은 part5를.
야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고
매미 울 때도 다 철이 있는 거야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지
세상 돌아가는 꼴은 맘에 안 들지 젠장
생각해 보면 그 노래를 들었던 그때는, 그래도 세상은 나에게 관대했는데...
그때는 뭐가 그렇게 꼬여서 세상 참 잘 돌아간다며,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뿐인 나는 그렇게도 불만이 많았을까.
책에 대해서 말할 때는 아무래도 내용에 대해 소개할 수밖에 없으므로, 내 이야기를 적지 않아도 되었는데, 노래는 그 노래를 들었던 시절까지 소환하게 된다는 것을 이 글을 쓰면서 느꼈다.
이렇게 시작한다. 내 노래의 미로를...
[노래 들어보기]
https://youtu.be/0XEWT2s9sj0?si=PvyWICa3kZIABnBX
[가사 전문]
매미의 꿈 Part 5 당신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가벼운 성의
신해철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지
세상 돌아가는 꼴은 맘에 안 들지 Hey
하지만 달리 내겐 할 일이 없다
그냥 이대로 살다가 죽을까 봐 호이
형 형 형 빨리 와서 엄마가 밥 먹으래 지금
밥 밥은 어제도 먹었는데
엄마 지금 대따리 화났어 클났어 인제 형 끝났어
이제 형 지금 가수 한다고 몇 달째야 이게 집에서
어 엄마 화났냐
디게 화났다니까 빨리 밥 먹어 가서
도망가야겠다
빨리 가 공원에라도 가 있으란 말야 좀
야 삼천 원만 꿔줘
형 맨날 나만 보면
돈만 꿔가 진짜 돈 하나도 없는데
이천 원 남았단 말야 이제
야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고
매미 울 때도 다 철이 있는 거야
아 정말 신경질 나 진짜
왜 사람들이 이 음악을 이해를 못 하지 이거를
야 죽이지 않냐
마음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지
세상 돌아가는 꼴은 맘에 안 들지 젠장
하지만
명곡이라고 생각하지 않냐
참 정말 과연 뜻대로 될 거유
[감사의 말]
유튜브 동영상 링크에 Ding 맬번니언님께서 도움 주셨습니다. 문어의 꿈 노래도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