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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사랑한 여자들

뒷마당 탐조클럽, 가재가 노래하는 곳

by 설애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 제 몸을 쳐서 /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천양희 시인, 벌새가 사는 법
홍여새가 떼를 지어 앉았다
횡렬로 가지런히 전깃줄에 앉았다
(중략)
그냥 그렇게 전깃줄에 앉아
쉬고 있는 홍여새
김상환 시인, 홍여새의 휴식
저물 무렵 /가창오리 떼 수십만 마리가
겨울 영암호 수면을 박차고 / 새까만 점들로 날아올라선 / 한바탕 군무를 즐기시는가 / 싶더니
김선태 시인, 수묵 산수
멧새 한 마리 / 시골집 울에 내려와 /
가늘은 발목을 얹어 앉아 / 붉은 맨발로 /
마른 목욕을 즐기신다
문태준 시인, 한 마리 멧새
염소똥만 한 콩알 / 쥐똥보다 작을 깨알 /
흙 속에 꼭꼭 숨어 있어도 / 잘도 찾아내는 산까지야,
곽재구 시인, 산까지에게


이 시들의 공통점은?


맞다.
새들에 관한 시이다.


새들은 인간 가까이 살면서도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소리는 개성 있게 듣기 좋다. 잘 관찰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들의 부리나 눈, 날개, 꼬리도 개성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나는 종종, 시골이나 정원에 가면 가만히 앉아 새소리를 듣고, 소리 나는 방향을 보며 새를 찾곤 한다. 새를 찾는다고 해도 그게 무슨 새인지 구별할 능력은 없지만, 새를 찾으면 기쁘다. 새소리를 듣는 고요의 시간과 새를 찾는 집중의 시간은 내게 그 장소를 기억할 수 있는 표지판 같은 시간이기도 한다. 그때의 하늘, 바람, 나뭇잎의 명암, 새의 소리와 마침내 찾은 그 새의 소리. 소리는 들리는데, 그 근원을 찾지 못할 때 나는 참 아쉬워한다.




새들에 관한 작품 2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새들에 관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주인공과 저자가 여자라는 공통점도 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웬스

[뒷마당 탐조 클럽], 에이미 탄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몇 년 전 베스트셀러로 베스트셀러만 골라서 읽지 않는 나에게 뒤늦게 읽힌 책이다. 대부분 주인공인 카야의 성장과 남자관계, 복수 등으로 리뷰하는데, 나는 그녀의 새, 깃털 관찰의 역사에 집중하고자 한다.


[뒷마당 탐조 클럽]은 중국계 미국인인 에이미 탄이 코로나 시기를 거쳐 자신의 뒷마당으로 새들을 초대하여 관찰하는 5년간의 관찰 일기 중 일부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에이미 탄을 보면서, 나는 카야를 떠올렸다. 카야가 실존한다면 새를 보고 그리고 관찰하는 에이미 탄과 비슷하리라고 생각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저자인 델리아 오웬스도 동물학자이자 환경보호론자로, 작가의 경험이 주인공인 카야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좌) 델리아 오웬스, (우) 에이미 탄, 출처: 구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습지다. 습지에서 부모에게 버려지고 혼자 살게 된 카야에 관한 이야기인데, 카야는 깃털과 조개를 모은다. 카야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이 그레이트 블루 헤론이다. 테일러라는 남자아이가 선물한 귀한 깃털이다.


그레이트 블루 헤론, 출처: 123RF
“당연하지. 나도 보답으로 뭔가 두고 가야 해.”

라며 카야가 답으로 주는 깃털은 어린 흰머리 수리의 꼬리 깃털이다.


(좌)어린 흰 머리 수리, 나무위키, (우)툰드라 백조, pngtree
“툰드라 백조구나, 그렇지?
믿기지가 않아, 카야. 고마워.”

테이트와 카야의 대면에는 툰드라 백조가 있다. 그리고 카야는 테이트에게 글을 배운다.

카야는 두려움 없이 sat(앉았다)을 외우고 곧장 Pleistocene(홍적세)을 익혔다.

그리고 카야는 시를 쓰기 시작한다.


“가지에서 날아오르는 엄마 어치가 있네. 기회를 찾으면 나도 날아오를 거야.”

테이트는 카야를 찾아갈 때마다 테이트는 학교나 도서관의 책을 가지고 갔다. 특히 습지 생태와 생물학에 관한 책들이 많았다. 카야의 진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카야의 수집품은 성숙해 목, 속, 종으로 분류되었다. 뼈의 마모 상태에 따라 연대를 표시하고 깃털을 밀리미터로 측정해 크기를 표시해서 정리했으며, 가끔은 초록색이 희미하게 달라지는 채도를 기준으로 나누기도 했다. 과학과 예술은 서로의 강점을 보완하며 어우러졌다. 색채, 빛, 종, 생명이 지식과 아름다움을 씨실과 날실 삼아 걸작을 짜내어 판잣집 방마다 가득 채웠다. 카야의 세계. 카야는 수집품을 벗 삼아 홀로 자라나며 넝쿨 줄기처럼 모든 기적을 하나로 엮었다.

카야는 이 자료를 모아 책을 쓰고 유명해진다. 그리고 그 유명새로 인하여 습지가 보호된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나왔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영화의 장면




에이미 탄은 새의 모습과 표정을 그린다. 새의 표정은 모르겠더니 자꾸 보니까 알 것 같아졌다.

큰뿔부엉이 표정, 에이미 탄의 그림

그녀의 뒷마당에 제공되는 먹이, 그네, 물, 그리고 새들을 노리는 고양이와 쥐를 막기 위한 장애물과 방어 방책들을 준비하고 새를 기다린다. 인공적이지만 자연적이기를 지향하는 뒷마당 탐조 일지는 톰과 제리 같기도 하고, 새의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새로운 새의 소개, 새의 먹이들, 새의 습성을 에이미 탄이라는 망원경을 통해 보면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가벼워진다. 5년의 시간 동안 거의 매일 쓴 기록에서 추려낸 책이다 보니 그녀의 그림 솜씨가 늘어가는 것도 느껴진다. 새의 엉뚱한 행동을 보면 만화책 같기도 하다.


참나무관박새의 밀웜 먹기



새를 관찰하며, 새를 사랑하는 여자들의 책

<책의 미로> 열여섯 번째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과

[뒷마당 탐조 클럽]을 읽어보시길

겉표지, 안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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