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살다가 보면

시 아흔여섯

by 설애

살다가 보면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지난 여름 휴가에서는 고양이 가족이 옆에 있었습니다.

구운 고기를 나누어주었는데, 괴롭히는 사람은 없었는지 사람 곁에 가까이 오지는 않았으나 무서워하지는 않았습니다.


고양이 새끼가 4마리였는데, 아침에 해변에서 뛰어놀고 있었고, 엄마 고양이가 멀리서 지키고 있었습니다.

(표지 사진에서 고양이 5마리를 찾으시오!)

두 아기 고양이의 장난
아기 고양이 빼꼼

살다보면,

이렇게 고양이 가족 앞에서 우리 가족을 비교하며

이런 생각도 합니다.


내가 저 엄마 고양이보다 좋은 엄마인가


요즘 글쓰면서

갑자기 울어서 스스로에게 놀라기도 했습니다.


급습이랄까요?

국화꽃에서 갑자기 넘어질 줄이야

해변은 발이 푹푹 빠져도 넘어지지 않았는데요.

한 번 넘어지니, 넘어지는게 쉬워진 사람처럼 요 며칠 살았습니다.


살다보니

엄마 고양이와 엄마와 엄마가 된 나를 줄줄이 늘어놓기도 합니다.


나를 떠났던 엄마의 나이에 와서

조금 이해해볼까, 생각해봅니다.


엄마는 짐승같은 시간을 보냈던 것일까 하고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