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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이 많은 사람

시 아흔일곱

by 설애

환절기


홍경희


마음을 거들어 주는 사람도 없이

서편 하늘은 언제 저렇게 붉어졌나


지난 여름에 태워 버린 말들을 안주 삼아

비워낸 소주 몇 잔으로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잃어버리고 싶은 밤


가볍게 들려오는 뒷담화같이

가끔 흔들려도 흉이 되지 않는다고

잠시 쉬어 갈까

유혹하는 골목길 연인들의 대화들


단숨에 읽어내기 어려운 문장의 쉼표 같은

이 계절의 표현법을 해석하며

나도 골목의 빈방으로 숨어들고 싶다가도

또 아무 데도 묶이고 싶지 않은

나는 아무래도 틈이 많은 사람이다


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리도 틈이 많았을 줄이야.

(그리고 이리도 일찍 들킬 줄이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싶고

숨고 싶다가도 아무데도 묶이고 싶지 않은

그런 시인의 마음처럼

마음이 집을 나가기도 하고

텅 빈 집은 술렁이는 계절이네요.


하지만 틈이 없는 것보다

틈이 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틈으로

햇볕이 비치고

바람과 새들도 드나들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천천히 읽고 해석하며 쓰면서 자라날 거예요.


저는 아직 40대니까요!!! ?


* 사진은 체스키크롬로프의 망토 다리입니다. 저 틈 안에는 동화처럼 예쁜 마을이 있어요.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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