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흔다섯
가을 맑은 날
나태주
햇빛 맑고 바람 고와서
마음 멀리 아주 멀리
떠나가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벼 벤 그루터기 새로
돋아나는 움벼를 보며
들머리밭 김장배추 청무이파리
길을 따라서
가다가 가다가
풍의 골짜기
겨우 겨우 찾아낸 감나무골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집
담장 너머 꽃을 피운
달리아 더러는 맨드라미
마음아,
너무 오래 떠돌지 말고
날 저물기전에 서둘러 돌아오려문
자꾸 집 나가는 마음, 찾아주세요.
단풍 든다고 나가고
하늘 푸르다고 가고
잠자리 따라 날아가고
가을볕에 슬픔 말린다고 누워있고
별 본다고 밤새고
노을 탄다고
단맛 든다고......
응?
같이 나가야겠는데?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