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열일곱
7월, 아침 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김종해
흙은 원고지가 아니다.
한 자 한 자 촘촘히 심은
내 텃밭의 열무씨와 알타리무씨들
원고지의 언어들은 자라지 않지만
내 텃밭의 열무와 알타리무는
이레만에 싹을 낸다
간밤의 원고지 위에 쌓인
건방진 고뇌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가를
텃밭에서 호미를 쥐어보면 안다
땀을 흘려보면 안다
물기 있는 흙은 정직하다
그 얼굴 하나하나마다
햇살을 담고 사랑을 틔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내 텃밭에 와서 일일이 이름을 불러낸다
칠월, 아침 밥상에 열무김치가 올랐다
텃밭에서 내가 가꾼 나의 언어들
하늘이여, 땅이여, 정말 고맙다
여름에는 상추, 치커리, 양상추, 고추, 오이가
쑥쑥 자랍니다.
제 언어의 작은 씨앗도 언젠가
쑥쑥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함평댁 국산 열무김치
설애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며 시 한 잔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