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마음으로, 다시 글쓰기.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에 대한 자문자답.

by 화몽

Q1. 화몽님은 어디에 글을 쓰고 계신가요?

주로 브런치라는 매체에 글을 쓰고 있어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온라인 원고지예요. 그러나 발행, 즉 다른 이들에게 공개하기 위해서는 브런치 운영팀에서 작가라는 명칭을 주어야 가능해요. 일종의 글쓰기 시험이에요. 이 통과의례를 위해 재수 삼수가 기본이고, 심지어 합격을 위한 공부방이 운영된다니 놀라웠어요. 제가 한 번에 붙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많아요. 브런치의 작가라는 호칭이 묘한 충성심을 낳게 만들어줘요. 그래서 브런치를 둘러보면 대단한 작가님들이 많아요. 제 자신이 초라해질 때가 꽤 된답니다. 브런치가 준 작가라는 호칭이 아직 제겐 너무 큰 옷이네요. 소매 한두 번만 걷어입어도 제 옷으로 보일 날이 오겠지요? 뭐, 안 오면 어쩔 수 없고요.


Q2. 전업주부인 당신이 글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칭찬이라 새겨져 있는 당근이 글을 쓰게 했어요.

우리는 자의던 타의던 글을 쓰며 살아요. 길고 짧은 문장으로 내 뜻을 타인에게 전달해요. 제삼자가 내게 전하는 것들을 남기기 위해 쓰기도 합니다. 글쓰기가 생활 속에 녹아든 거죠. 전 솔직히 적기에 가까운 쓰기를 해왔어요. 읽히기 위한 쓰기를 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했어요. 사실 쓸 이유가 없었죠.

글쓰기는커녕 책 한 권도 읽지 않던 2030을 보냈죠. 전업주부라는 명찰이 싫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머리는 텅, 가슴은 냉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 나이 40을 꽉 채우던 해에 공부를 시작했어요. 동네 엄마의 추천으로 사이버 대학에 덜컥 등록했어요. 교양필수로 글쓰기 수업을 선택했는데, 제 열정의 심지를 잡아당겼죠. 백여 명의 글 중에 제 글이 두 번이나 수업 중에 소개되었거든요. 이후 큰 아이 학교 도서관에서 봉사를 했어요. 학교신문에 봉사 소개글과 행사 관련 글을 기고할 기회가 있었어요. 글 솜씨가 있다며 사서 선생님께서 서평 쓰는 연계 수업을 신청해주셨어요. 거기서 잭팟이 터졌죠. 덕분에 오늘까지 오게 되었네요. 블라인드 합평을 하셨는데, 이 분은 계속 글 쓰셨으면 좋겠다고. 누군지 궁금하다며 손들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번쩍 들어 올린 손으로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어요.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말 꾸준히 써야겠다고 다짐했고 겁도 없이 모 학당에서 운영하는 365일 글쓰기를 신청했어요.


Q3. 올해 초부터 약 9개월간 꾸준히 글을 쓰시면서 얻은 것이 있으신가요?

읽고 보는 눈이죠. 글의 구조와 타인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이 손가락 한 마디쯤 성장한 것 같아요. 그런데 세상은 참 공평해요. 안타깝게도 제 글쓰기는 제자리걸음 중인 것 같아요. 심지어 뒷걸음질 중인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뭐라도 잡았으니 만족하는 중입니다. 사실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어요. 제가 글을 쓰려고 하니 비슷한 결을 지닌 이들이 흘러 흘러 모이더군요.


Q4. 꾸준히 쓰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최근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즐겁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올 초여름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글을 쓰고 싶어서 집 앞 전철역에 한 시간을 앉아있기도 했어요. 온전히 집중할 시간이 주로 이동시간이어서 전철 안에서 글을 쓰곤 했는데, 내릴 곳을 놓친 게 몇 차례인지 셀 수가 없었어요. 그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제 기억과 감정을 타고 흐르는 생각들을 쓰는 것이 행복했어요. 그래서 더 잘 쓰고 싶었어요. 욕심이 생겼죠. 코칭도 받아보고 합평도 했어요. 잘못된 부분들을 고치고 바꿔보려고 제 빰을 때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숙제를 하는 제 자신을 보았죠.


Q5. 자신의 글 중 특별히 좋아하는 글이 있나요?

그럼요. 많아요. 지금까지 제가 쓴 글들은 그냥 저예요.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지만, 제 살 한점 같은 글들이에요. 쓰면서 자아분열을 하죠. 자판을 두드리며 화면으로 이동해요. 모니터에 비친 저를 보며 들었다 놨다 해요. 특히 아이들과 저, 저와 엄마 사이의 글들이 모두 소중해요. 그중에 글로 옮기지 않았다면 그 순간의 '인사이트'를 영원히 놓쳐버렸을지도 모르는 글들이 있어요. 쓰는 내내 표현 못할 감정의 시소를 올라있었어요. 폭풍눈물로 써 내려간 글이죠.





Q6.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실 건가요?

네, 그럼요. 대신 원래의 나로 돌아가려 해요. 그것이 백보 이상의 후퇴 일지 몰라요. 하지만 나를 찾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에서 내가 지워져 가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요. 제가 무의미한데 읽어주는 이가 있을까 싶어요. 그리고 즐겁지 않은 글쓰기는 단칼에 자르렵니다. 흥겹지 아니하면 안녕을 고하는 것으로. 타고난 제 모습을 찾아가려 해요. 자문자답이라니, 부끄럽기가 끝이 없지만 꽉 막혀있던 글수가 뻥 하고 뚫린 느낌이네요. 비우면 다시 채울 수 있겠지요. 이건 공공연한 비밀인데요. 저 사실 '우최또'랍니다. 즐거운 사고 뻥뻥 치며 살아볼래요. 글쓰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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