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쪽 다리

by 화몽

2-12번지에서 숨통을 열어 거칠어진 주먹이 허공을 가르면

주인 잃은 개가 제 목을 내어놓는다

하늘은 목청껏 짖어대고

소리는 너를 비추며

춤추고 울다 꼬리를 따라 물고 이야기를 가져온다


나를 부르던 이름에 혀끝이 닳아

네 목을 잡아 놓은 회색 벽이 엉겨 부서져 바닥에 닿을 때

길 너머에선

돌멩이를 굴리며 컹커엉 모진 소리가 짙어지고

막힌 입을 가진 나는,

그 울음소리를 내게 가두고 떠난다


시간만 가득 머문 창을 등지고 구부정한 허리로 곧게 세운다

숨어놨던 벽으로 손을 향한 채

한쪽 다리로 서면

너희들이 목을 잃고

기척이 뱉어놓은 덩어리 앞에 바스락거리며

가련한 외쪽 무릎만 시리게 올라선다


발바닥의 묵직함에 닫힌 문틈으로

주황으로 번지는 새벽이 빗발치는데

너는 왜,

다시 외쪽 다리로 서는지

마저 남아있는 설 굽은 다리를 돌려받으려

그리도 아우성이다


그리 떠나려 목놓아 귀를 기울이나

공중을 걷던 발바닥이 던져놓은 슬리퍼의 그림자가

두드린다, 똑. 똑...

물린 자국만 가득한 모서리를 안고 눈을 뜬 침대가

늦은 밤

때 이른 별로 내게 걸어오면

발끝을 타고 네게 찾아간다

외쪽 다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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