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라는 특별함
사랑의 재분리를 통해 사랑을 4가지로 나누고 그에 따라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했음에도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이 왜 다른지, 각자가 생각하는 사랑은 왜 나눠지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되지 않았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사람마다 생각하는 사랑이 다른 이유에 '행복하기 위해 사랑한다'라는 말을 대입해 보았지만 행복하지 않아도 사랑을 하는 사람, 가슴 아픈 사랑을 하는 사람등이 있어서 온전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물론 행복하기 위해 사랑을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행복하기 위한 방법이 달라서 생각하는 사랑이 달라진다고 설명이 될 것이고 사랑을 애착중점으로 보면 상대방에 의해 행복, 안정을 느끼는 만큼 불행, 불안을 느낄 수 있기에 '행복하지 않은 사랑, 가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 않나?'라는 의구심 또한 들 수 있으나 이는 고정관념이다. 이 '행복하기 위해 사랑한다'라는 고정관념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와 같은 것으로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것이지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의문으로 여겨진다면 행복은 사랑의 요소 중 하나일 뿐 사람마다 생각하는 사랑이 다른 것처럼 사람마다 사랑에서 원하는 요소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고로 사랑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 행복하기 위해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고, 가슴 아픈 사랑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아서 가슴이 아픈 것이 아니라 원치 않는 사랑으로 인해 가슴이 아픈 것이거나 간혹 가슴 아픈 사랑을 원하는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각자의 사랑이 다르다는 것을 온전히 설명하려면 '행복하기 위해 사랑한다'라는 고정관념에 벗어나 사람마다 원하는 사랑이 다르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행복하기 위해 사랑을 하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등 모든 사람의 사랑이 사랑의 범주에 속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각자의 사랑이 왜 다른지를 알려면 각자가 원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원하게 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사랑의 구조와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
사랑의 구조는 크게 사랑에 빠져드는 작용, 사랑이 이루어지는 작용으로 나눠진다. 사랑에 빠져드는 작용은 유전자 일부에 담겨 있는 본능 기반의 유전자 센서가 작동하는 것으로 말로 설명할 수 없거나 알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이유, 함께하고 싶은 이유에 해당한다. 그리고 스스로 알 수 없는 이 영역의 일부는 신경화학적으로 밝혀져 있으나 화학반응인 만큼 유전자 센서의 오작동이 일어나면 잘못된 사랑에 빠져들거나, 사랑에 빠져야 할 대상과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등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본능의 영역, 타고난 센서에 가깝고 행복과 관련지어지는 사랑, 사랑의 재분리에서 나눈 4가지 사랑과 밀접하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작용은 개발된 감지능력, 센서가 작동하는 것으로 인지하지 못할 수는 있을지언정 사랑하는데 분명한 욕구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사고를 통해 형성된다. 그래서 이 개발된 센서는 타고난 센서가 작동해서 사랑에 빠져도 대상을 사랑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욕구와 이성사이에서 컨트롤하게 만들고 타고난 센서각 작동하지 않아서 사랑에 빠지지 않아도 개발된 센서의 조건만 갖춰지면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할 것인지 말 것인지 등을 가늠하게 만든다. 이러한 작용이 있기에 행복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사랑, 타고난 센서가 작동하지 않은 대상과도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렇게 사랑의 구조가 본능에 근간을 둔 사랑에 빠져드는 화학적 구조와 욕구에 근간을 둔 사랑이 이루어지는 인문학적 구조로 나눠짐에도 사랑의 시작은 특별함이 기본전제가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모든 특별한 관계는 사랑이다'라는 것이 아니라 특별함이라는 기본전제가 있어야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랑하는 대상, 사랑하는 관계등 사랑의 시작에는 항상 특별함이 동반된다는 것을 말한다.
사랑의 기반이 특별함인 만큼 특별함 없이는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례로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사랑을 하려 해도 평범한 사랑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이는 사회적으로 평범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일지라도 사랑에 빠져드는 작용, 사랑이 이루어지는 작용에는 특별함이 전제가 되기에 불가능하다. 이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려면 자신의 평범함, 상대방의 평범함, 둘의 관계의 평범함을 넘어 평범한 사랑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평범한 사랑이라는 개념이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을지언정 평범한 사람을 만나 특별하게 여기지 않고 평범하게 느낀다면 사랑의 대상을 평범하게 대하는 것과 다른 사람을 평범하게 대하는 것이 별반 다르지 않다 보니 사랑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평범한 사랑을 원한다고 여기더라도 평범한 사랑을 추구하는 것은 평범한 사랑을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평범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을 특별하게 여기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만약 이러한 모든 전제를 상쇄시키고 평범의 범주에 속하는 사랑이 있다면 연애를 해도,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도 사고하지 않고, 본능도 욕정도 없고, 특별할 것 없는 성별의 특징만 간직한 채로 로봇이 되어 '그냥 섹스'만 하는 사랑 없는 평범한 관계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원하는 것만 제외한다면 평범한 사람도, 평범한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도 특별한 사랑을 하는 것이 된다.
특별한 사랑을 사회적으로 평범한 사람, 특별한 사람으로 연관 지으면 오해할 수가 있는데 평범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평범한, 특별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특별하게 여기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으로 자신이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고로 사회적으로 특별한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특별한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닌 평범한 사람을 특별하게 여겨 사랑하는 것처럼 행복한 사랑이 아닌 특별한 대상과의 행복한 사랑을 원하는 것이기에 사랑의 시작은 특별함을 전제로 한다. 이는 행복한 사랑을 특별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행복한 사랑이 특별한 것이기에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맞으나 행복한 사랑을 특별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원하는 특별함이 행복이 아니기에 사랑의 시작은 행복이 아닌 특별함을 대전제로 해야 성립하는 것을 말한다. 이 대전제를 근거로 보면 사랑하던 대상과의 행복이 끝나도 사랑은 끝나지 않지만 특별함이 끝나면 사랑은 끝이 난다. 그렇다고 사랑을 제외한 행복이 특별함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서 사랑의 시작에 있어서 만큼만은 특별함이라는 대전제안에 행복이 속하는 것으로 사랑을 제외하면 행복과 특별은 별개이다.
첫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을 통해 자신이 특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함과 동시에 자신이 마냥 특별하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게 한다. 이런 아이러니 한 첫사랑은 사랑이 무조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특별하게도, 특별하지 않게도 한다는 것을 처음 경험하는 것으로 사랑의 시작에 특별함이 동반되는 공통점만 있을 뿐 첫사랑의 경험은 자신이 생각보다 특별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사랑이 세상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과정, 자신이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 사랑이 세상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 등 다양한 경험을 사람마다 다르게 한다. 결국 첫사랑이 유독 뼈아픈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일시적으로 극대화되어 경험했던 특별함이 사라졌기 때문이고 반복된 사랑의 실패가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랑의 시작을 통해 자신이 특별해지고 사랑의 실패를 통해 자신이 특별해지지 않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랑의 실패가 반복될수록 아픔이 줄어든다면 이별이 익숙해져서 무던해졌다기보다는 특별함의 상실을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일 뿐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채로 항상 특별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이별할 때마다 뼈아픈 아픔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