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상 밝고, 씩씩하던, 그래서 누구보다도 직장생활에 적응을 잘하는 것처럼 보였던 신입사원 한 명이 회사를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필자가 그 신입사원과 아주 친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사적(私的)으로 몇 번 대화를 해본 적이 있어서 그 신입사원이 왜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는지, 회사를 그만두면 무엇을 할 것인지,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등을 물어보기로 했다. 퇴사를 결심한 그 신입사원의 답변은 다른 퇴사자들과 특별할 것 없이 평범했다. 우선, 지금의 직장이 처음부터 입사하려고 노력하던 직장이 아니어서 그닥 흥미가 없고, 직장 생활이라는 것이 크게 Vision이 있어 보이지도 않다는 것이 그 신입사원 퇴사의 변(辯)이었다. 뭐, 그 정도의 사유라면 나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고,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직장 생활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 신입사원의 퇴사를 필자 역시 그닥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고, 오히려 그 친구의 건승을 빌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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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굳이 그 신입사원과 대화를 나누어 보려고 시도했던 이유는 마음이 떠난 그 신입사원을 설득해 회사에 남도록 하기 위함은 아니었고, 다만 매사 적극적이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친구였기에 부당한 대우나 맘 상하는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야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추후 다른 우수한 인적 자원을 잃는 우(愚)를 재차 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 신입사원과 같이 동호회 활동도 몇 번 함께 했었고, 그 때마다 함께 대화도 했고, 웃으며 잘 지냈기 때문에 개인적인 아쉬움도 조금 있었다.
그런데 그 신입사원과 차라리 마지막 면담을 하지 말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온 것은 면담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평소 밝게 웃기만 하고, 늘 긍정적이었던 친구가 퇴사하면 필자를 다시는 안 볼거라 생각해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지금 당장 회사를 안 나오고 싶은데 인사팀에서 퇴사 프로세스를 밟기 위해 며칠 기다려 달라고 권고를 해서인지 다소 불만 섞인 볼멘 소리를 했다. 그 신입사원의 이야기의 요점은 회사에 입사하기도 어려웠는데, 자기 입장에서는 퇴사를 결정하기가 얼마나 어려웠겠는지 이해를 해달라고 했다. 본인이 심사숙고해 어렵게 퇴사 결정을 내렸는데, 왜 퇴사 프로세스를 밟는데 본인이 일주일 넘게 기다려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는 거였다. 그냥 내일부터 안 나온다고 회사에 문제될게 있겠냐는 귀여운(?) 협박까지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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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신입사원은 인적성 검사에서 '스트레스 내성'이 제대로 파악이 안된채 입사를 한건가? 채용이 직무 중심이다 보니, 인성이나 공감 능력 검증이 안되서 그런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필자도 한 번 퇴사하여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경험이 있고, 사회생활에 있어 필자가 아주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필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퇴사자들은 조직에서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먼저 이탈하는 것에 대해 다소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입사 보다 퇴사에 더 눈치를 보게 되는게 일반적이다. 반면, 최근 퇴사하는 젊은 신입사원들은 동호회에 가입했다 탈퇴하는 것마냥 회사 퇴사도 쉽게 생각하는 것같다.
최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사원들을 보면 본인 뜻대로 취업이 안될 경우 분노하고, 불만을 강하게 갖지만, 회사를 그만둘 때도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고 결정해 상대가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애정어린 태도로 회사애 남도록 잡아주려 하면 짜증섞인 태도를 보인다. 특히, 요즘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사원들은 태도도 참 좋고, 기존의 사회제도에 순응적인 태도가 일반적이라 가끔 이런 반항적이고, 약한 스트레스 내성의 신입사원들을 대하노라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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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겹고, 지루하게 듣는 몇 가지 조언 중 '적을 만들지 마라'와 '관계를 맺을 때보다 헤어질 때 잘하라'는 조언이 있다. 요즘 회사에 입사하려고 발버둥치는 젊은이들을 보면 기성세대로서 미안하기도 하고, 부모된 마음으로 안쓰럽기도 하지만, 헤어질 때 다시는 안 볼 것처럼 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런 안쓰운 마음조차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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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대가를 바라거나 그 신입사원이 필자에게 고마워 하기를 바라며 면담을 한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필자의 시간과 Resouce를 투입했기 때문에 다소 실망스러웠다. 이후 며칠 뒤 사무실을 가로질러 지나다 보니, 그 친구 책상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들어보니, 그날 오전에 퇴직 절차가 마무리 되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박스에 짐을 싣고, 바로 집으로 갔다고 한다. 담당 팀장이나 선배들한테 조차 인사도 없이 그냥 나갔다고 하니, 그간 퇴사가 본인 뜻대로 쉽게 안되서 화가 났던건지, 아니면 인사할 새도 없이 급하게 집으로 가야만 했던 이유가 있던건지 자세한건 모르겠으나, 적잖이 씁쓸해 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