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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by 오방빵

필자의 경험상, 예전 직장에서도 그렇고, 지금 직장에서도 그렇고, 입사 3년 내의 신입사원이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며 퇴사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어렵게 들어간 대기업을 왜 그만두지? 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생각 보다 퇴사하는 신입사원들의 비율이 꽤나 된다. 필자가 인사팀 주니어 사원일 때는 차라리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대학원으로 진학하지 왜 굳이 회사에 입사해서는 대학원 간다고 그만두는건 무슨 심리지? 하고 안타까운 생각을 했었다.


Gettyimages 인용


한달 전,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신입사원이 대학원을 진학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최근의 그 일이 있기 며칠 전에도 또 다른 한 명의 신입사원이 대학원 진학을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두 친구 모두 밝고, 긍정적이며, 회사 생활에 적응을 잘하는 것처럼 보였던 신입사원들이라 안타깝게 느껴졌고, 한달 전 퇴직한 직원은 필자가 대학교 캠퍼스 리크루팅에 가서 회사 소개를 할 때, 입사 지원해 서류전형에서 한 번 탈락했는데, 한 번 더 지원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던 친구라 기억에도 남았던 친구였기에 상당히 의외였다. 같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두 번이나 지원을 해 입사에 성공한 경우라 당 입사에 대한 강한 입사 의지를 높이 사 채용을 결정했던 친구인데, 6개월 정도 근무하고 회사를 그만둔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사팀장으로서 그간 대학원 진학을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 신입사원들과 수차례 면담을 했었는데, 그 친구들의 말인즉, 직장 생활이란 것이 하루하루가 새롭고, 엄청난 기술을 배우며, 매일매일 Dynamic한 생활을 할 것이라 기대했는데, Routine한 일들이 반복되고, 자기계발할 시간도 없으며, 일하는 강도에 비해 연봉이라고 받는 보상이 노후를 대비할 정도가 못되어 직장생활은 소위 말하는 '답이 없는' 생활이라는 거다.


Gettyimages 인용



또다른 경우는 지금 수행하고 있는 직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전공을 바꿔 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하거나 유학을 갔다 와 직장생활 Career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한다.


자신의 Career를 바꾸기 위한 - 교수가 된다거나 국책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간다거나 -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는 필자도 절대 찬성이고, 지지한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한계를 느끼고, 日新又日新 할 수 있는 Dynamic한 직무를 구하기 위해, 또는 단순히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출구를 찾아 대학원을 간다면 필자는 대학원 진학을 반대하고 싶다.


Gettyimages 인용



특히, 필자의 경험으로 이미 이전 직장에서 해외 유학을 마치고 회사에 취업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다시 유학길에 오르기 위해 퇴사했던 경우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경험에 따른 조언을 그렇게 했던 것이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라는 직업을 찾을 생각이거나, 경제연구소와 같은 전문적인 연구기관에 들어갈 생각이 아니면 그냥 지금의 직장을 다니며 경력을 쌓는게 좋지 않겠느냐고 진심어린 조언을 했지만, 그 때마다 필자의 신분이 인사팀원이거나 인사팀장이었기 때문에 면담하는 사람들 모두가 필자가 말하려는 의도를 퇴사를 막고, 본인들을 Retention하기 위한 잔소시라고만 받아들여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유학가려던 신입사원 전원이 결국 모두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다시 만난 그 당시 퇴사했던 사람들은 다들 유학을 마치고, 다시 다른 회사에 취업을 했고, 예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추억을 안주 삼아 함께 웃으며 얘기했다. 그 사람들의 말인즉,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올 즈음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고, 대학원 2년 공부한걸로는 主 직무 전공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결국 다시 원래 하던 직무를 그대로 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이전에 다니던 직장이나 그와 유사한 수준의 직장에는 취업하지 못했고, 보상 수준이나 회사의 규모가 다소 떨어지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회사를 다니다 어느 정도 전력화가 될 즈음 다른 Job을 구하겠다며 회사를 그만두었던 경력이 있는 입사 지원자를 자기 회사에 입사시키기에 같은 불만으로 또다시 퇴사할 것에 대한 Risk를 감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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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몇 몇은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 재입사할 수 없겠냐며 필자에게 부탁을 했지만, 직장에서 채용의 문제는 한 개인과 회사의 문제이기 이전에,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는 공적인 Process이기 때문에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주기가 어려웠다.



필자가 보았던 퇴사 후, 대학원에 진학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나마 잘 풀린 사람들도 기존에 다니던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유사한 회사에 취업을 하여 같은 일을 하는 정도였고, 대부분은 연봉이나 처우가 이전 회사 보다 오히려 안좋아진 상태였다. 나이가 많아진 것이 첫 번째 걸림돌이 되었고, 처우가 좋은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타사 입사 시, 그 회사에서는 불안감에 좋은 인상을 갖게 된 것이다.


Gettyimages 인용


이런 경험으로 필자는 회사에 재직하다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친구들에게 진심을 담아 조언을 해준다. 박사 과정을 밟아 교수나 학계 전문가가 될거 아니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라고. 배움에 갈증을 느껴 공부를 조금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차라리 회사에 입사하고, 1년 이내에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라고 한다.



필자가 인사팀장으로 퇴사를 앞둔 직원들과 면담을 하는 Process를 직원들 입장에서는 곧이 곧대로, 진심으로 받아들이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미 본인이 결정하고,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대학원에 진학을 하겠다고 선언을 한 마당에 결정을 번복하기도 민망할 터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결국 내 인생과 가족을 책임질 직장생활을 결정하고, 본인의 노후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조금 더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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