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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Oct 14. 2022

교장 선생님과 가정방문하던 날

다윤이가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다. 어제도 결석했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걱정되었다. 요즘 결석하는 날이 잦아졌다. 아무래도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는 듯하다.


순간 다윤이네 집에 가서 데려올까 아니면 오늘은 다윤이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맞을까 고민되었다. 사실 어제도 결석을 해서 가정방문을 했었다. 하지만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초인종 누르자마자 현관문을 열어줬을 텐데 그날따라 숨죽이며 없는 척했다. 예전에 들리던 인기척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다윤이는 집에 있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마음을 다 잡았지만 다윤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굳게 닫힌 현관문을 바라보며 다윤이와 충분히 신뢰를 못 쌓았나 자책이 들었다.


"오늘도 다윤이가 학교에 오지 않았어요."


교장 선생님에게 다윤이의 결석을 알렸다. 교장 선생님에게 요즘 다윤이가 많이 혼란스러운 것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을 세세하게 설명하기 어려우나 아버지가 곧 새 발령지로 직장을 옮기는데 계모와 아이들을 두고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었다. 요 며칠 얼마나 불안했을까 싶다. 


다윤이 아버지도 오죽 답답했으면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줬을까. 예전에 도대체 학교에 안 가고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줬었다. 하지만 혼자 가정방문해서 현관문을 열기가 부담스러웠다. 다윤이가 문을 열어주지 않을 때마다 그냥 문을 열고 들어갈까도 고민했다. 과연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 것일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그 경계가 모호하고 한계는 정하기 나름이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아이를 포기하는 일이나 다름없으니 고민되었다. 스스로 정한 할 수 없고 안 되는 일에 갇히는 것은 아닌지 고민되었다.


"보통 가정방문은 몇 명이 가죠?" 교장 선생님이 물었다. "원래 두 명이 가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많다"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줬지만 솔직히 혼자 가서 현관문을 여는 것 자체가 부담된다라고 말했다. 교장 선생님이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럼 나랑 갑시다"라고 말했다. 사실 교장 선생님과 가정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 같이 가자는 말에 놀랐다. 가정방문을 할지 말지, 현관문을 열지 말지 고민하고 머뭇거렸는데 흔쾌히 함께 해주셔서 고마웠다. 


"다윤아 복지 샘이야 집에 있니?" 초인종을 여러 번 눌러보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아무래도 없는 척하는 모양이다. "다윤아 오늘은 교장 선생님과 함께 왔어 문 열어 봐." 아무 대답이 없었다. 


결국 현관문을 열기로 했다. "띠띠띠띠 띠리링" 현관문이 열렸다. 다윤이가 자기 방에서 만화책을 주섬주섬 챙기며 가방에 넣고 있었다. 그래도 어디 안 가고 집에 있어 안심했다. "다윤아 학교 가자 오늘은 특별히 교장 선생님이 오셨어." 반갑게 인사했다.


"다음에는 교감 선생님이랑 같이 올 거야!"

"헤헤" 어른들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윤이가 웃었다.


교장 선생님과 가정방문을 한 첫 번째 교육복지사는 아닐지. 적어도 아이 문제를 혼자 고민하는 외로움은 없었다. 교장 선생님과 함께 다윤이를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던 가정방문을 한 날을 잊지 못하리. 이다음에는 담임 선생님, 교감 선생님, 교무부장 선생님 차례로 가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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