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위로 10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tter B May 31. 2024

정신 이상(理想)자






버려진 사고를 아시오?


나는 말을 거의 내뱉는 일이 없소.

길을 나서고도 흔한 인사 나눈 적 없소.  

나는 깜빡이는 등을 보고 달려가는 행인을 바라보오.

나는 제한된 속력을 넘어서지 못한 지 오래요.

나는 거의 말을 내뱉는 일이 없소.

목구멍으로 정이 박힌 마냥 숨을 쉬는 것도 버겁소.

나는 약속을 이행하는 중이오.


식물처럼 뜬 눈으로 글자를 식별하는 작업을 반복하오.

쓴 글도 금세 잊어버리는 것은 물론 두피가 짓이기는 고통을 감내하는 나날이 일수요.

이대로라면 몇 기지나 더 놓치게 될 지 나는 장담하기 어렵소.

나는 철저한 관찰자의 역할로서 인격적으로 대우받는다고 확신하오. 

그러나 나는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이제 막 박탈당한 셈이오.

이것은 나에게 업무라고 할 수 없소.

그럼에도 나는 요구에 상응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고 있소.

그렇다면 배상은 무엇이오?


여기 버려진 사고를 하나 어렵게 전하오.

자, 이제 얼마를 지불하겠소?





이전 09화 위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