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사고를 아시오?
나는 말을 거의 내뱉는 일이 없소.
길을 나서고도 흔한 인사 나눈 적 없소.
나는 깜빡이는 등을 보고 달려가는 행인을 바라보오.
나는 제한된 속력을 넘어서지 못한 지 오래요.
나는 거의 말을 내뱉는 일이 없소.
목구멍으로 정이 박힌 마냥 숨을 쉬는 것도 버겁소.
나는 약속을 이행하는 중이오.
식물처럼 뜬 눈으로 글자를 식별하는 작업을 반복하오.
쓴 글도 금세 잊어버리는 것은 물론 두피가 짓이기는 고통을 감내하는 나날이 일수요.
이대로라면 몇 기지나 더 놓치게 될 지 나는 장담하기 어렵소.
나는 철저한 관찰자의 역할로서 인격적으로 대우받는다고 확신하오.
그러나 나는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이제 막 박탈당한 셈이오.
이것은 나에게 업무라고 할 수 없소.
그럼에도 나는 요구에 상응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고 있소.
그렇다면 배상은 무엇이오?
여기 버려진 사고를 하나 어렵게 전하오.
자, 이제 얼마를 지불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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