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hoodie 01화

늑대의 유혹

by Letter B





덜컹 -


객실에는 4명의 생존자가 더 존재한다.

나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다소 많은 인원이 버거워 무거운 몸을 끌어 안은 채 자리에 착석한다.

생존자의 평균 나이는 50대 정도로 여타의 날들에 비할 정도로 고요하다.


무슨 생각을 했지?


여하튼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한 중년의 여성이 가방을 툭툭 두어번, 제껴 두었던 것을 오므리면 옆으로 30대의 젊은 여성이 세련된 가지를 구사하듯 빈 좌석을 흘끗 훑는다. 맞은 편의 일이다.

나의 옆으론 60대 중반의 머리숱이 반 밖에 남지 않은 안경을 쓴 남성이 손에 쥔 휴대 화면의 게임이 지루한 듯 볼륨을 높인다. 반 코트에 코가 뾰족한 구두를 신은 제법 신사다.

나는 별 볼일 없이 불쾌한 기분에 사로 잡히고 마는데 마침 좌측에서 유쾌한 벨소리가 울려 퍼진다.


언제 무너져 내려도 이상해보이지 않는 우울한 나날들이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려낸지 오래다.


당했나요

당한 것 같은데요


덜컹 -


남성은 40대 후반이다.

아니, 스테미나를 신경쓰는 50대 초반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처음 대면에서 대체로 선점에 유리하다.

행색이 멀끔하다.


준법 시민일까?


그는 맞은 편으로 거리낌없이 착석한다.

객실에는 4명의 생존자가 더 존재한다.

벨이 울린다.

연이어 벨이 울린다.

남성은 약 3분 가량의 짧은 통화를 마친 뒤 내리려고 마음이라도 먹은 듯 객석에서 잠시 일어선다.


당했나요

당한 것 같은데요


생존자들은 적잖히 당황한 듯 휴대 전화를 울려댄다.

날을 세우는 것도 무용하게 여겨진다.

남성은 정작 신경쓰지 않는 듯 했지만 예상대로 유리한 선점을 차지한 채 객석에서 내렸다.

나는 다소 많은 인원도 잊은 채 그만 객석에서 일어선다.

남성은 나보다 1정거장 앞서 내렸다.


평소와 다를 리 없는데 이토록 고독한 까닭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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