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과 친구처럼 지내기 위해 노력하던 어느 날, 재산 분할 명목의 돈을 받을 날이 다가왔어요.
하지만 전남편은 돈이 없다며 계속 미루기만 했고, 결국 시간이 흘러도 그 돈을 받을 수 없었죠.
아이의 아빠이기에 그의 사정을 믿고 언젠가는 돈을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니까요.
단 한 푼도 없이 협의이혼을 진행하고 친정으로 내려왔는데 전남편은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심할 수밖에 없었죠. 소송을 하기로요.
그동안 어려움을 겪으며 마음이 단단해졌는지,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생각했죠.
하지만 소송을 결심하고 나니, 전남편을 아이와 예전처럼 대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부모의 이혼을 아이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늘 고민하고 고민했던 문제라 이것이 정답이 맞는지 확신하기 어려웠어요.
저는 아이에게 이혼 관련 동화책을 읽어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동화책을 읽던 아이는 '왜? 이 책을 읽어주는지.' 물었죠.
저는 아빠를 비난하고 싶지도, 그렇다고 이상화시키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저 사실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솔직하고 담백하게 말했죠.
"아빠에게는 엄마가 아닌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 있어. 그래서 엄마는 앞으로 아빠와 만나고 싶지 않아."
아이는 선뜻 묻지 못하고 망설였어요.
그 모습을 보고 저는 아이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도 된다고 말했죠.
잠시 후, 아이는 "엄마와 아빠는 이혼한 건 아니잖아?"라고 말했어요.
저는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지 않았다고 생각해?"라고 물었죠.
아이는 "이혼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라고 답했어요.
그 순간, 지금이 아이에게 이혼을 이야기할 때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부모의 이혼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죠.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이혼했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렸어요.
저는 눈물을 흘리는 아이가 어떤 마음인지 알고 싶어 물었어요. "딸아, 왜 눈물이 나올까?"
그러자 아이가 대답했죠. "눈물이 나는데 왜 나는지 모르겠어…"
저는 딸에게 슬퍼서 눈물이 나는 건지 물었어요.
"아니, 슬프진 않은데 눈물이 멈추질 않아. 나도 눈물이 멈췄으면 좋겠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답답해하는 듯했어요.
저는 아이에게 담담하게 이야기했어요. "엄마와 아빠가 이혼해서 따로따로 살더라도, 너의 엄마와 아빠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엄마가 널 사랑하듯, 아빠도 널 사랑하고 그 마음은 변하지 않는단다. 너는 엄마와 아빠가 사랑해서 태어난 딸이고, 사랑받는 엄마와 아빠의 딸이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 거야."
아이는 저에게 물었어요. "아빠랑 엄마가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럼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 아니야?"
저는 아이에게 차분히 말했어요. "그건 너와는 달라. 엄마와 아빠는 헤어지면 남이 될 수 있지만, 너는 엄마와 아빠가 헤어져도 변함없는 엄마, 아빠의 딸이야. 그리고 우리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도 절대 변하지 않아. 엄마가 장담할 수 있어. 언제까지나 너의 편이 되어주고 널 사랑할 거야."
아이도 어렴풋이 부모의 이혼 가능성을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모의 이혼 사실을 듣고 현실을 직접 마주했을 때,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온 거라 생각해요.
아이의 마음속 슬픔과 불안함이 눈물로 표현되었고, 저는 그 모습을 보듬어 주었어요.
그리고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어른들의 문제로 너에게 상처를 주고 힘들게 해서 정말 미안해."
[초록담쟁이(이수희) 일러스트]
그날 이후로 아이는 부모의 이혼 사실을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평범한 가정을 가장하는 연기가 아니라, 솔직하고 담백한 대화였죠.
또한 어른이라도 아이에게 잘못을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도 중요하죠.
아이를 대할 때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야 아이는 부모가 이혼했더라도 예전과 다르지 않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최근에는 아이가 반에 부모가 어릴 때 이혼한 친구가 있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엄마, 아빠의 이혼을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고, 제 아이도 그 이야기를 듣고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