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좋은 사람인척 베푼다고 하지만 누구보다 계산적이고 이해득실을 칼같이 따지는 그녀가 저는 글을 쓰는 동안 참 얄미웠습니다. 식당에서 돈도 안 내고 내빼는 일차원적인 보복과 돈 천만 원에 고소를 접는 것도 모자라 합의금으로 종합병원 사모 집에서 본 똑같은 티팟세트를 산 그녀. 통쾌한 복수대신 돈 앞에 굴복하곤 창조경제에 이바지했다고 허탈하게 웃는 이 푼수 때기 아줌마를 어쩌면 좋죠.
아시다시피 저는 소설가로 재능이 한참 부족해서 직접 겪은 일에 십 프로의 허구를 섞어야만 소설을 쓸 수가 있어요. 동네 아줌마들의 기를 죽이고 친해지고 싶단 생각은 그동안 속으로만 했지. 입 밖으로 꺼내본 건 처음이었죠.
교양 있어 보이려 연기하지만 실상은 천박한 그녀에게 저를 90% 투영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모님들 중 그 누구도 이름이 없어요. 그녀는 심지어 삼인칭 대명사로 불립니다. 사실 현실에서도 동네 학부모들의 이름을 몰라요. 서로 이름을 물어본 적도 알려준 적도 없습니다. 그래도 등하원 때 만나면 반갑게 스몰토크를 하며 인사를 나눕니다. 처음엔 뭐지? 이런 문화가 이상했는데 지금은 적응을 했어요. 상대에게 그만큼 관심이 없고 서로 이름을 부르거나 불릴 일이 없는 거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는 지금까지 연재를 읽어주신 독자분들의 상상에 맡기며.... 저는 혼자 차 한잔 마셔야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