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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Nov 16. 2024

"엄마,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말

아침에도 잠 못 이루는 때가 있습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 잠을 더 이상 이룰 수 없을 때면 일어나서 샤워부터 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캐나다 집의 특성상 이불 밖은 집 밖의 느낌과 거의 동일한 느낌이라 이불 밖을 나가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이 자칫 들 수 있답니다.


실은 이불 안이 더 위험하다는 것(정신 건강에)을 경험을 통해 깨닫고 이제는 집의 온도를 아침부터 일찍 올려두는 설정을 해두고 일어나서 샤워부터 합니다.


샤워를 하면서 미뤄두었던 패딩 세탁을 하기 위해 세제에 풀어 옷을 물에 담가 둡니다. 


머리를 말리고 나면 복잡한 생각들은 어디론가 미뤄지고 오늘 하루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들면서 기운이 납니다. 따뜻한 옷을 챙겨 입고 본격적인 업무를 위해 1층으로 내려갑니다. 아이가 이제 일어나도 될 시간이니 소음에 소심해지지 않고 열심히 일과를 시작합니다.


캐네디언들은 아이 아침밥을 시리얼로 먹여도 괜찮다고 하지만 동양인은 유전적으로 다른 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동화되지 않으려 합니다. 실제로 시리얼을 주다간 금방 아픈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아침은 뭐든 좀 더 먹이려고 합니다. 


여기 참기름과 깨 솔솔 뿌리면 아이 최애 아침


오트밀에 과일, 견과류를 넣기도 하고 때로는 아보카도와 계란, 토마토를 넣은 제가 생각하는 건강식을 만듭니다. 오트밀을 올려두고는 오랫동안 마시고 있는 레몬수를 우려냅니다. 그리고 이제 날씨가 추워져 한 가지 드링크를 더 만듭니다. 



슬로 쿠커에 대추, 생강, 시나몬 스틱 하나 넣어서 낮은 불을 켜둡니다. 아침 러닝이 나가기 싫을 때 이 대추 생강차를 뛰고 먹을 생각에 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물 우려내기 준비가 끝나면 시계를 보며 곧바로 런치 준비에 들어갑니다. 다행히 아직 아이가 내려오지 않았네요. 점심은 보통 볶음밥이나 샌드위치, 피자와 같은 간단한 것을 싸주려고 합니다. 아이가 남기기보다는 적은 양이라도 다 먹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핸드메이드 피자


간식은 만들어둔 사과 파운드케이크와 사과를 잘라 넣었습니다. 요즘 사과가 제철이라 저렴하고 맛있는 사과를 잔뜩 욕심을 부려 사 왔더니 매일 사과만 먹게 생겼네요.



이렇게 점심밥을 볶으면서 남편의 아침을 준비합니다. 계란 2개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냄비에 넣은 시간부터 딱 13분 삶아주면 딱 맛있는 익은 반숙? 이 되어 우리의 취향에 맞는 계란이 완성됩니다.


그리고는 아침에 남편이 먹는 사과, 양배추, 당근, 집에 있는 과일 채소를 곁들여 한 접시에 담아둡니다. 아침을 이렇게 먹게 된 이유와 후기는 다른 블로그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으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삶은 계란 2개 추가요


이렇게 정신없는 아침 루틴을 보내고 아이를 배웅하는 것 까지가 저의 아침 일과입니다.


아이가 집을 나서면서 부산하게 움직인 노동에 대해 가장 큰 보상을 해주고 갑니다. 


엄마, 사랑해! 조금 있다 만나자!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차 뒷좌석에 앉아 추위에도 창문을 내려 얼굴을 빼꼼 내밀고 마치 먼 길 가는 것처럼 애절한? 인사를 하는 아들을 보며 손을 흔들고 들어오는 저의 얼굴에는 미소를 감출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마주하는 뒷정리들, 아직 물에 담겨있는 패딩, 바닥의 먼지들과 같은 잡다한 집안일들이 보상을 받고 나니 아주 가벼운 일감이 되어 있습니다.


빨래를 하고, 화장실 욕조와 변기를 닦고, 설거지를 하고, 바닥을 청소하고, 청소해도 해도 또 보이는 머리카락을 줍고, 뒤돌아서면 또 밥 해야 하는 일상. 하나도 티가 안나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세상에서 제일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마음을 들게 하는 그 힘이 바로 가족의 따뜻한 말 한마디인 것 같아요.


정말 수고 많았네
오늘도 고생했어
고마워
사랑해

어색해도, 힘들어도 계속해서 노력해 보려 합니다. 이 말의 힘이 얼마나 큰지 너무 잘 알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그 말이 반대 방향으로 가도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인지도 알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 따뜻한 말.

제가 줄 수 있는 어떤 것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매일 또 새기고 새기면서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오늘은 아침부터 아이가 저에게 그 점을 상기시켜 주네요. 


에드먼턴은 오늘 싸라기눈이 소리 없이 조용히 내리는 아침입니다. 

추워지는 날씨이지만 따뜻한 말의 온기로 모두들 따스한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희 가족의 생생한 캐나다 생활을 영상으로 보시려면 저의 채널 '캐나다생'에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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