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이 너무 하기 싫은데, 어쩌죠?" 라는 말은 이렇게도 해석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림을 좀 잘하고 싶은데, 어쩌요?"
저는 살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젊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많았고, 부모님의 불화로 독신을 고려하기도 했기에 앞치마를 두르고 한 집안의 아내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로망이 전혀 없었어요.
결혼 전에는 인생의 목표들을 추구하는 것들을 성취해 나가는데 만족감을 느꼈고 결혼 후에 남편의 그늘로 들어간다는 아내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것이 참 힘들었습니다.
거기에다 갑자기 찾아온 아이는 저를 더 혼란스럽게 하였습니다. 아직 아내의 역할도 완전히 소화가 되지 않았는데 엄마로서의 역할까지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겹다고 느꼈던 적도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 하죠. 한 아이에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례적으로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가장 크고 중요한 존재가 됨과 동시에 스스로는 이 세상에서 자아를 잃어버리는 느낌이 들게 되니 말입니다.
소위 말하는 저의 커리어라는 것이 결혼과 함께 모두 차단되고 저 존재 자체로서의 의미가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임상 심리학자인 조던 피터슨은 젊은 여성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거짓말에 속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 거짓말 중 하나는 '커리어를 가지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세상에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을 하는 커리어를 가진 사람은 2% 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그 외에는 자신이 원하지 않지만 먹고 살기 위해 해야하는 '직업'을 가지게 된다고요.
자신은 운이 좋아 커리어라는 것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왔지만 그 커리어를 가지고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니 인생을 살아갈수록 중요한 것은 가족들과의 관계가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여자가 40대가 되었을 때 가정을 가지고 자녀를 가지는 것이 인생의 행복에 큰 영향을 준다고도 하였죠. 물론 결혼을 한다고 아이를 가진다고 저절로 행복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결혼을 하지 않아 더 행복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여자의 인생은 아주 복잡하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라는 말에 저는 이제서야 공감을 합니다. 저는 아직도 그 시간 속에서 때때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합니다. 내가 과연 나 혼자만의 인생의 목표를 추구하며 이루어 나가며 결국 그것을 성취했을 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관계 속에서 얻는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관계 속에 얻는 행복 중에는 해도해도 티가 나지 않는 살림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먹고 돌아서 점심, 저녁 걱정하는 하루의 일과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밖에 나가서 몇 시간 더 일해서 돈을 버는 것 보다 아이가 집에 돌아 올 때 웃으며 맞아주고, 바닥에 머리카락 한 올 쓸어 담아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노력 하나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살림을 해 나가는 것은 나의 가족을 위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결국은 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나만의 살림에 만족하는 것입니다. 미디어에 너무 멋지게 살림하시는 분들 보며 자신을 한없이 부족한 사람으로 스스로 자책하는 일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 대신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좀 더 노력하고 수고했다면 그것에 대해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려고 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하나밖에 없는 저의 살림을 해 나가며 가족들과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도 더 행복한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살림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