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산다'는 것에 대한 의미
한동안 유튜브에 눈길을 끌던 키워드가 있었어요.
'이렇게 하면 월 천만 원'
'한 달에 천만 원 버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월 천만 원'이 삶의 행복의 보증 수표라도 되는 듯 보였습니다.
고물가 시대에 들어오는 돈은 같은데 지출은 많아지고, 통장에 줄어드는 돈을 보며 가족들과 마음 놓고 외식 한 끼 하기 힘들 때면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천만 원을 벌면 그 자체로 행복은 아니겠지만 그것으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하지만 또 아이러니한 점은 많은 분들이 그렇게 경주마처럼 달려서 목표를 이루었을 때 굉장한 슬럼프에 빠지게 되었다는 공통적인 발언들도 들어볼 수 있었어요.
보통 누군가 '그 집(혹은) 그 사람 잘 살잖아'라는 말을 들으면 일반적으로 물질적으로 부유한 삶을 사는 가정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잘 산다'(Living well)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많은 옵션들이 생각되는 것 같아요. 물론 부를 잘 이루어낸 사람에게도 그러한 표현을 사용하겠지만 때로는 그보다 더 많은 의미 즉 그 사람의 가정환경,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만족도, 건강, 인간관계 등을 함유한 말이 되는 것 같아요.
소크라테스는 "잘 산다"는 말의 의미를 금전적인 것과 명예에 연관시킨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판단과 자기 영혼에 대한 개선, 그리고 진리에 합당한 삶'이라고 정의했다고 합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그것을 추구하며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 사람마다 그 가치관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돈을 벌기 전에 그 가치관을 명확히 해 두어야 함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 가치를 명확하게 해두지 않는다면 월 천만 원을 번다고 하더라도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돈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저는 월 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소액이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정에 보탬이 되어보고자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블로그에 들어오는 한 분 한 분이 제 글을 읽고 도움을 얻으셨다는 생각은 그 일을 계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답니다.
그렇게 얻은 첫 수익은 정말 적은 금액이었지만 저에게 어떤 금액보다 가치 있는 금액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 집의 가계 상황은 그렇게 넉넉하지 않답니다. 매달 나가는 월세, 세금, 집 관리비, 식비, 차량 유지비 등 내고 나면 식비와 필수품들을 살 돈이 그렇게 많이 남지가 않아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어느 순간보다도 더 많은 만족감과 행복을 종종 느낀다는 것이에요.(힘들 때도 있지만요)
저는 어린 시절 물질적으로 부족하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어릴 때 사업을 하시면서 한 때 성공의 가도를 달리셔서 당시 200만 원이 넘는 검고 커다란 벽돌폰을 집에 가지고 오셨던 기억이 납니다. 차도 당시에는 알아주던 그랜저로 바꾸셔서 그 커다란 차 뒷좌석에서 항상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뒷좌석에서 창 밖을 바라보던 저의 눈은 항상 슬픔을 머금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매일밤 울면서 많이 기도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이 좀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달라고요..
시간이 지나 가정 불화로 아버지가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을 때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알고 있었죠. 돈이 많다고 행복하지도 않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행복은 결코 물질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도요.
캐나다뿐 아니라 어디든 요즘 오르는 물가에 '겨우 숨 쉬고 산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저는 이 겨우 숨 쉬고 사는 것이 참 행복합니다.
겨우 내쉬는 숨으로 함께 웃을 수 있는 가족이 있고, 아들의 재롱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있고, 내가 한 음식으로 가족이 도란도란 식탁에서 이야기하며 먹을 수 있는 것, 제가 쓴 글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고 위로를 받았다는 말씀을 해 주실 때.
저는 이 겨우 내쉬는 숨에 너무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물질적으로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노력을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블로그를 하지 않고 직장을 구해 나가서 돈을 벌면 좀 더 필요한 것을 사고,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고 기분전환 하는 시간도 있을 수 있으면 참 좋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제가 생각하기에 행복한 가정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아내의 역할''엄마의 역할'에 소홀하게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둘 다 잘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의 역량에는 초과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천만 원을 벌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면 수입에 맞추어서 좀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려고 했을 것 같고 씀씀이는 또 그에 맞추어서 사용했을 것 같거든요. 실제로 캐나다에서 천만 원을 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ㅎㅎ
이번에 제가 캐나다에서 드는 실제적인 한달 생활비를 영상으로 제작해 보았으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 달에 천만 원을 벌면 행복할까? 에 대답은 제가 할 수 없을지 몰라도 한 달에 천만 원 못 벌어도 행복할까? 에 대한 답은 'YES'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모두들 환절기에 건강 유의하시고 한주 또 수고하신만큼 즐거운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