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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단 Oct 19. 2024

프라이버시 보장과 행복의 관계

캐나다의 사생활 보호(반전 주의)

“그건 그 사람 ‘프라이버시’쟎아.”

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래, 인정.'이라는 수긍의 마음, 혹은 '그런 것까지?'라는 의구심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사람들이 'It's Private'이라는 말을 접하면 전자의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위키피디아에서는 ‘프라이버시’라는 말은  개인의 정보를 공개 또는 비공개할 수 있는 선택적 권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캐나다에 살다 보니 이 ‘프라이버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존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느낄 수 있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번주쯤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이메일이 한 통 날아왔습니다.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몇 주동안 ‘off on leave’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임시 선생님이 아이 반을 담당할 것이고 담임 선생님은 학교를 떠나 있는 동안 이메일을 모니터 할 수 없다고 하였어요.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언제 돌아올 것이라는 말도 없었습니다. 


아이가 담임 선생님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따르던 터라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걱정이 되는 마음과 학기 중에 이렇게 선생님이 몇 주나 빠질 수 있는 것인지, 왜 언제 돌아온다는 말도 안 해주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학부모들도 선생님이 어디 갔는지 궁금해하는 뉘앙스의 말을 하긴 했지만 그에 대해 더 이상 설명이 없으니 말할 거리도 없었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너무 궁금해하니 임시 선생님이 말하시길 담임 선생님 눈을 다쳤다고 아이들에게 알려주더군요. 그리고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한다고요. 저도 저의 아들을 통해서 그 말을 듣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교장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선생님이 학교를 갑자기 몇 주 쉴 수밖에 없는 사유는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캐나다의 사생활 보호 문화를 생각하면 사실 그 이유를 알려줄 이유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나의 개인적인 일을 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존중받아야 하는 곳이니까요. 


이러한 문화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갖추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직원이 개인적인 이유나 안전상의 이유로(날씨로 인한 위험한 도로 상화) 결근을 할 경우 그에 대해 꼬치꼬치 묻게 되면 직장 내 괴롭힘(Harassment)으로 고소를 당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하니 직장에서 회식을 가지 않는다고 눈치를 주거나 압박을 주는 상황 역시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더욱 잘 이해가 됩니다. 그 역시 고소감이 될 수 있는 듯합니다.


원하지 않는 모임에 가는 것을 가지 않겠다고 말만 하면 되지 그에 대해 굳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직장 내의 보스에게든, 학교에 선생님이든, 어른에게든 누구에게도 나의 사생활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을 권리가 보장되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인사에도 그런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도록 된 것 같습니다. How are you? 는 그냥 그 사람의 상태를 묻는 것이지 어디 다녀오는지, 어디 가는지, 혹은 밥은 먹었는지, 누구와 먹었는지와 같은 말은 할 필요가 없죠.(물론 원하면 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이와 같은 인사가 대화법의 친근함의 표시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떤 사람에게는 불편한 질문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친한 사이거나 더 대답하고 싶다면 거기서 대화를 더 발전시켜 나갈 수는 있겠지만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관계에 지장을 주지 않고 대화가 마무리될 수 있어요. 간단하게 대화를 끝난다고 해서 예의가 없거나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나의 정보를 공개, 비공개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 이 문화에는 타인에 대한 존중이 깊이 깔려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나의 프라이버시도 존중받기를 원하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는 때로는 이 문화가 차갑게 느껴져 그로 인한 외로움이 있기도 하지만 익숙해지면 또 장점이 많은 문화이기도 합니다.


외로워지는 만큼 나 자신과 가족들에게 집중하게 하는 문화라고 해야 할까요.


나의 사생활을 보장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이미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분위기에서 살아가면서

내가 존중받는 만큼 남도 존중하려는 여유도 더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를 좀 더 돌아보게 되는 여유도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 개인도 존중받아 마땅한 소중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대학을 위한 공부, 취업을 위한 성적, 돈을 벌기 위한 직장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고, 그것으로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그런데 왜 공중 화장실 사이 틈은 그렇게 넓어서 프라이버시가 안 지켜지는 것 같다는 반전이...ㅎㅎ)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보내시고 저는 또 재미있는 캐나다 소식으로 찾아뵐게요!


https://www.youtube.com/@canadasa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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