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생각난 신혼여행 에피소드가 또 있었네요. 저희는 신혼여행을 필리핀 세부로 갔어요. 2005년에 결혼했으니 15년 전 일이네요. 암튼 일주일 정도 있다 왔는데 귀국 전날 저녁, 남편과 숙소 근처 카지노를 갔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카지노라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영화에서나 보던 카지노 풍경들. 우어 눈이 휘둥그레지더군요. 저와 남편은 카지노에서 딱 20만 원만 쓰고 가자 해서 20만 원을 코인으로 바꾸었어요. 남편은 15만 원어치 게임을 하고 놀고 올 테니 저에게 5만 원어치 코인을 주면서 슬롯머신을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혼자 한두 바퀴 카지노 안을 구경해보다가 심심해서 슬롯머신에 앉아 코인을 넣고 제일 낮은 버튼을 누르고 또 넣고 누르고를 반복하고 있었어요.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띠로띠로 띠'하는 소리가 나더니 화면에서 새가 막 날아다니고 기계 위에 빨간 불이 막 켜지고 음악소리가 크게 나더라고요.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있는데 남편이 저에게 달려오길래
"여보 화면에서 갑자기 새가 막 나와"
그리곤 기계 아래에서 동전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거예요.
남편이 놀라면서 막 웃더니
"자기야, 잭팟 터졌어" 하더군요.
헉. 영화에서나 보던 그 잭팟이 나에게도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잠시 후 여자 직원분이 오더니 샴페인도 주고 동전을 담는 바구니도 주고 주변 사람들도 모여들어서 축하한다고 막 영어로 얘기하더라고요.
잠시 후 저희 부부는 둘 다 약속이나 한 듯이 빨리 숙소로 가자며 동전이 가득 든 바구니를 낑낑 들고 코인을 돈으로 환전해주는 곳으로 갔답니다.
우선 이리도 많은 돈을 보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우리는 평범한 소시민 쫄보인 듯합니다. 흐흐.
그냥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될 거 같고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돈으로 바꾸어서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환전해보니 30만 원이 좀 넘는 돈이었습니다. 우어. 그러면서 드는 생각. '아깝다, 더 큰돈으로 베팅할걸.' 하는 생각이 또 간사하게 들더라고요. 흐흐흐.
그 돈으로 가족들 선물을 사들고 자랑스럽게 집에 오는 비행기를 탄 기억이 나네요. 정말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