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보는 회사원 중에서
김민희는 웹소설 '운명을 보는 회사원'에 등장하는 조연급 인물이다.
'운명을 보는 회사원'은 웹소설로 완결됐고, 지금은 웹툰으로 연재되고 있는데 웹툰도 재미있지만 만약 관심이 생긴다면 웹소설 원작을 권한다.
'운명을 보는 회사원'의 주인공은 최영훈이고 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인물이자 주연급으로 임연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임연희는 최영훈과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소설을 읽은 내게 주인공 최영훈이나 임연희만큼이나 눈에 들어온 인물이 바로 김민희라는 사람이다. 김민희는 소설의 배경인 현진물산 사장실 비서로 근무하는 인물로, 우연한 기회로 자신의 잠재된 역량을 발휘하게 되고 그걸 알아본 사장과 최영훈의 일을 하게 되고 결국은 소설 속 또 다른 주연급 인물인 이형준과 결혼하게 된다.
김민희는 비서실에 근무하며 매일을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처럼 똑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이었지만 '아주' 작은 일을 계기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게 된다. 즉, 일이 생겼고 그 일을 기회로 만들었다.
'김민희가 단순희 비서실에서 근무하다가 좋은 기회를 만들어 성장하고 남들이 선망할 수도 있는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에서 끝났다면 재밌는 웹소설 한 편 읽었네에서 그쳤지 이렇게 글까지 쓰고 있지는 않았을 테다. 다만, 소설 한 편을 다 읽고 난 지금 내겐 최영훈과 임연희 같은 주인공보다 김민희라는 인물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소설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개연성 있지만' 허구이고 특히 이 소설은 판타지 소설에 속하니 재미만 있어도 성공적일 텐데, 내가 읽은 이 소설에서 허구의 인물은 최영훈이라는 인물뿐이고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현실 삶을 그대로 바탕에 깔고 보여주고 있으니 더 흥미롭게 읽혔다.
특히 김민희라는 인물의 처음 등장부터 회사 생활, 성장 과정, 타고난 성정과 감각을 키우고 발현하게 되는 과정을 보며 어쩌면 김민희야말로 직장인, 아니 직장인을 떠나 자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여겨보고 배울 점을 찾아볼만한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민희는 보통 직장인이었지만,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았고, 좋은 상사가 은연중 가르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이후 말을 해야 할 때와 하지 않아야 할 때,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배우고, 자신이 닮고 배워야 할 대상이 누군지 정확히 보고 판단하고, 자신의 가치를 알게 되자 남에게 억지로 맞춰 자기를 낮추지도 높이지도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알아본 윗사람의 도움과 자신의 의지로 자기 앞길을 개척한다.
직장인이 바라는 성장 과정이란 이런 게 아닐까?
김민희는 대단할 게 없는 그저 평범한 직장이었지만, 작은 계기로 기회를 잡고, 최영훈이라는 인물을 만나 그의 일을 보좌하면서 자기가 닮아야 할 부분을 점차 익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 가치를 높이고 결국 자기 인생을 좀 더 나은,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민희의 인생이 등장 초입부와 달리 확연히 달라진 결론을 맺게 된 것은 최영훈의 도움도 있었겠지만 온전히 김민희 본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소설의 주인공 최영훈은 김민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방향을 정해주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할 사람
방향까지 찾아서 이미 일어난 문제를 잘 해결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방향까지 정해줬는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 아니던가.
소설은 소설일 뿐이지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소설은 현실을 바탕으로 촘촘히 짜놓은 이야기 그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