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계속해서 호의 호읫!
우리가 호의를 베풀 때 그게 권리인 줄 아는 사람들을 보며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그 표현에 어처구니없는 마음과 해학을 더해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라고 우스갯소리처럼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말을 사무치게 깨닫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하면서도
호의를 베풀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을 마주한다.
최근 뒤늦은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며칠 전 주말이 체감온도도 엄청 낮은 한파의 최절정이었는데 야속하게도 약속이 있어 나가게 되었다.
지독한 추위와 칼바람에 몸을 잔뜩 움츠리게 되고 주머니에 넣은 손은 절대 뺄 수 없었다.
집에서 지하철 역을 가는 그 사이에
어찌나 열어야 하는 문들이 많은지... (무려 4개)
종종걸음으로 첫 번째 문 앞에 도착하였다.
문을 열려고 하는데 뒤로 한 아주머니가 다가오시는 걸 보고는 후다닥 문을 열고 먼저 나가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어머 고마워요~‘ 하시며
두 번째 문 앞으로 후다닥 가셔서는 ‘이번에는 제가 열어드릴게요~’ 하시는 거다.
그렇게 핑퐁핑퐁 서로 웃으며 ‘이번에는 제가...’,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네 개의 문을 지나치고 각자 길을 떠났는데...
지하철 역에서 또 마주치게 되었다.
쑥스럽게 눈인사를 하고는 각자의 길로 헤어졌는데
그 문들을 이후에도 계속해서 드나들며 그날의 기분 좋았던 호의가 마음을 간지럽혔다.
요즘에는 문을 먼저 열어주고 잡아주어도 몸만 쏙 빠져나가는 사람이 대다수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그 옆문을 열고 나가기고 한다.
호의를 베풀며 어떤 대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때로는 너무 오지랖인가 싶기도 하고,
이제는 아무도 이런 행동을 원하지 않는 세상에서 과한 친절을 베풀고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호의나 선의, 친절이라고 명명하기엔 겸연쩍기도 하고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행동들에는, 아무리 고민한다고 해도 늘 반사신경처럼 또다시 행하게 된다.
이런 고민을 할 때마다 기적처럼 나타나 ‘감사하다’고 말해주고 나에게 스스럼없이 호의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 덕분에 이 추운 겨울에도 따스함을 느끼고
나도 받은 호의를 되갚으며 살게 되는 것 같다.
열 번 중 아홉 번은 나의 호의가 둘리(권리)인 것처럼 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속으로 꽁해져 있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나머지 한 번의 되돌아오는 호의에 더 큰 감사함을 느끼고 더 큰 동기를 얻게 된다.
아직 세상은 따뜻하고 선한 사람들이 세상의 온기를 책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때때로 누군가에게 호의에 인색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날들에 남이 베푸는 호의를 내가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그들에게 감사해하는 마음이 전해졌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무리 모든 마음과 행동에 같은 마음을 되돌려 받을 수는 없다고 해도
내가 받은 것보다 더 큰 호의와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당당히 반기를 들고 그럼에도 선의와 호의를 갖고 살아야만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 될 수 있는 그날까지!
호잇 호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