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사회가 가져온 긍정성, 무한긍정의 자기 착취에 대하여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책 <피로사회>는 현대의 시스템적 문제를 날카롭고 깊이 있게 파고든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우울증과 번아웃, 탈진 등 현상에 집중한다. 왜 현대인들은 이토록 피곤하고 지칠까. 또 왜 피로를 극복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것일까. 간결하지만 묵직한 문장들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머문다.
저자는 현대에 주목받는 질병, 신경성 질환들에 주목한다.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경계성성격장애, 소진증후군 등등. 그리고 이러한 현대 질환을 긍정성 과잉에서 비롯된 병리적 상태로 판단한다. 바이러스, 이타성, 부정성 등에 의한 질병이 아닌 긍정성의 변증법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긍정성의 과잉에 대한 반발은 면역 저항이 아니라 소화 신경적 해소 내지 거부 반응으로 나타난다. 과다에 따른 소진, 피로, 질식 역시 면역 반응은 아니다.'
'세계의 긍정화는 새로운 형태의 폭력을 낳는다. 새로운 폭력은 면역학적 타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에 내재하는 것이며, 바로 그러한 내재적 성격으로 인해 면역 저항을 유발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성의 과잉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우리는 왜 모두 할 수 있다고 외치나. 여기서 구조적 문제가 등장한다. 현대는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변모했다. 21세기 현대는 성과사회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규율의 패러다임은 성과의 패러다임 내지는 할 수 있음이라는 긍정의 도식으로 대체됐다는 것.
또한 성과의 주체는 나 자신, 한 개인이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문제는 심화된다. 개인은 자기 주도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행위에 자유를 얻은 듯 하지만, 성과사회의 성실한 개인일 뿐이다.
'성과주체는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강제하는 자유 또는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다. 과다한 노동과 성과는 자기 착취로까지 치닫는다. 자기 착취는 자유롭다는 느낌을 동반하기 때문에 타자의 착취보다 더 효율적이다.'
성과사회는 극단적 피로와 탈진상태를 야기한다. 성과사회의 결과 중에 하나는 피로사회다. 그리고 피로는 무위(無爲)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비로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 피로가 특별한 태평함, 태평한 무위의 능력을 부여한다는 것.
'영감을 주는 피로는 부정적 힘의 피로, 즉 무위의 피로다. 원래 그만둔다는 것을 뜻하는 안식일도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날,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염려에서 해방되는 날이다.'
성과사회가 야기한 피로사회에서 우리는 무위를 통해 진정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