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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 Dec 29. 2023

우울증과의 동거 일지

3부 EP17. 그동안의 정신과 투약일지 정리


   2020년부터 지금까지 다녔던 정신과 투약일지를 한 번에 정리해 보았다.

   정신과 약은 특히나 개개인에 대한 투약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효과와 부작용이 천차만별이라 나의 반응과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나의 투약 진행 방향에 따른 반응과 효과/부작용을 기록하고 나중에 참고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정리해 놓는다.


<배경색 설명>

파란색 : 효과 있음

주황색 : 큰 효과는 모르겠지만 부작용도 없음

노란색 : 부작용 심함


   아빌리파이정(아리피프라졸)은 우울증 보조약으로 쓰이지만 가장 오래 투여하면서도 부작용이 없었다. 물론 그만큼 이렇다 할 만큼의 효과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데파스정(에티졸람)의 경우 우울함이 갑자기 심할 때(미칠 것 같을 때) 복용하면 나른해지면서 잠이 든다. 낮에는 먹은 적이 거의 없어서 잠을 안 자는 경우 어떤 반응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프리스틱서방정의 경우 처음 먹은 정신과 약이라 단기간에 너무 성급하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더 나아지고 싶어서 약처방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이 실수였던 것 같다. 세로자트의 공포를 맛본 후 약을 끊었다가 한참 후 프리스틱으로 다시 돌아갔다가, 이마저도 부작용이 너무 심한 것을 느끼고 정신과 약의 무서움에 치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정신과 약을 복용 중에는 몸의 변화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나 같은 경우 자살충동은 워낙 늘 있는 현상이었기 때문에 부작용이라고 못 느꼈다가, 급격한 식욕 부진 덕분에 부작용임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정신과적 질환에 시달린다 해도, 그 정도나 빈도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겠다.


   졸피뎀의 경우 먹자마자 30분 안에 기억을 잃고, 일어나면 새벽이 되어 있다. 방광이 약해서 밤새 두 번 정도의 화장실에 가던 내가 한 번도 깨지 않고 새벽 5, 6시까지 기절하는 효과를 맛보았는데, 좋기보다는 오히려 무서웠다. 또한 수면 중 이상반응을 할 수도 있다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졸피뎀 자체가 원체 무서운 약이라고 알고 있던 사전 지식 때문에 더는 복용하지 못하고 두 번 정도만 먹고 끊었다. 


   현재 제주에서는 뉴프람정과 첫 병원에서 먹던 아리피프라졸로 우울증을 잡고, 디아제팜으로 불안한 것을 다스리고 있다. 기본적인 텐션 자체는 많이 올라갔으나, 한 번씩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불안할 때마다 급격히 다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라믹탈정을 저녁마다 먹고 있다. 두 번째 병원까지는 늘 아침에 졸리고 잠이 안 깨고 무기력한 것이 힘들었는데, 현재는 약 덕분인지, 아니면 마음이 좋아진 덕분인지 무기력과 아침잠에서 조금 벗어나게 되었다. 

   약을 복용하면서 힘든 것이 있으면 무조건 의사 선생님께 보고해야 한다. 그냥 내 병이니까,라고 묻어두기보다는 사소한 것도 상담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약을 찾을 수 있으니 지레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내가 하는 일이, 내가 걷는 길이 얼마나 더 불안정하고 힘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글을 쓰는 이 순간만큼은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우울하지도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 글을 읽는 분들과, 우울증을 겪는 모든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조금 더 삶에 대해 애정을 가지게 되었으면. 그리고 나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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