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마음

평행선

by 진이설

그녀와 나는 언제부터인가 각자의 평행선을 그으며 지냈다. 이것은 단순히 소통의 문제가 아니다. 살아온 방식이 달랐고,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도 달랐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그 간극만큼 멀어졌다.

나는 그녀의 말을 붙잡아 새겨들으려 애썼다. 하지만 내가 받아들이는 방식은 늘 어딘가 굳어 있었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답답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자꾸만 어긋나는 이유를 몰라 나는 답장을 주저하거나 단답으로 대신했다. 서로를 위하고 걱정하면서도 멀어지는 패턴이었다.

그런 나는 내 마음의 닫힌 문을 두드렸다가 다시 닫아버리기를 반복했다. 그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연락을 끊자고 하고 다시 연락하고, 이런 식으로 그녀를 힘들게 했다.

과거 처음 그녀를 본 순간은 아직도 선명하다. 친구의 집들이가 있던 다음 날이었다. 친구가 일 처리를 제대로 못해서 내가 일을 돕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곳에 알바로 나왔다. 좁고 곳에서 그녀는 말없이 묵묵하게 그 힘든 일을 해내고 있었다. 작은 체구였지만 온몸으로 일을 감당하는 모습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묵묵하게 일하는 그녀는, 그 고단한 업무 속에서도 빛을 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나 같은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눈길이 계속 그녀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시 생각하니 참 오래전 일이다.

나는 본래 소극적인 사람이었다.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처를 묻는 일조차 해본 적 없었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일은 내게 더더욱 낯설었다. 그녀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그날 용기를 내서 물어봤다.

가끔 그녀가 내게 답답하다고 말할 때면 나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녀 앞에서는 더 답답한 행동을 하고 만다. 마치 마음속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가 영상을 보냈다. 유튜브 속 연인의 소박하고 귀여운 모습. 어쩌면 그녀는 그 장면을 통해 나에게 '사랑만 있어도 괜찮다'는 말을 건네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가진 것 없고 부족한 나라도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면 된다는 따스한 응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괜찮다 해도, 더 힘든 날에도 저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능력도 멘탈도 약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신념대로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그녀와는 다르다.

당시 그녀가 내게 답답해하고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내가 그녀의 마음과 생각을 자꾸만 곡해하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정말 자신이 없다. 약속을 할 수 없다.

나는 여러 번 그녀를 떠났고, 그녀가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지 못했다. 그런 내가 어떤 면목으로 다시 약속할 수 있을까. 남은 것은 미안함과 안쓰러움, 그리고 죄스러움뿐이었다.

과거에 조금 더 용기를 내어 강하게 밀고 나갔더라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을까. 유튜브 영상 속 그들처럼, 우리도 그렇게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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