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5> 추억의 흔적... 그 이쁜 여학생

자전거 타기보다 더 설렌 이유

by 소망

아름다운 가을날, 날씨만큼 아름다운 내 고교 학창 시절.., 멋진 사복 하나 없던 나에게도 설레고 즐거운 날은 있었다.


앗, 조심해!

병원 갈 돈도 없고 입원도 못하잖아.

아슬아슬 멈춘 바퀴에 식은땀이 쫙~~



고 1 가을

내 절친, 좀 사는 집 그녀는 청바지에 멋진 점퍼를 걸치고 나왔다. 나는 교복을 입었다. 휴일에도 교복을 입고 놀러 나가야 했던 가난했던 그 시절.


주중에 약속했다. 주일에 자전거 타며 함께 놀자고.


절친 집 주변에 넓은 저수지가 있었다. 저수지는 높은 지형에 있어 주변을 걸으면서 아래 논밭과 주택 등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며 거닐었을까 궁금은 한데 기억이 없다.


나는 자전거도 없고 타지도 못한다고 하니 이참에 와서 배우라고 한다.


자전거를 타자고 약속한 일요일. 자전거가 있는 다른 친구 한 명과 셋이 만났다.


두 친구는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저수지를 도는 동안 나는 주변을 걸었다.


땀이 배도록 자전거를 탄 친구들은 내게도 자전거를 가르쳐 주겠노라 연습할 만한 장소를 찾아 저수지에서 내려왔다.


어릴 때 아버지의 등을 잡고 자전거를 타 본 적은 있었지만, 스스로 타는 것은 처음이었다.


자전거를 배울만한 장소를 찾다가 인근 남고의 운동장으로 향했다. 휴일이라 텅 비었으리라 생각하고 자전거를 끌고 들어갔다. 친구가 안장에 앉아 중심 잡는 법과 페달 밟기, 브레이크 잡는 법을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교문 입구쯤 그늘진 곳에서 잠깐씩 몰다 서다를 반복했다. 친구가 잡아주다 말다를 반복하면서 나도 조금씩 익혀갔다.


넓은 운동장 한가운데를 향해 질주했다. 평지에서 앞으로만 진행하니 꽤 탈만 했다. 약간씩 방향도 틀면서 앞으로 진행했다. 친구들은 그늘에 앉아 쉬며 앞으로 달리는 나를 지켜보았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혼자 천천히 달릴 수 있을 즈음, 턴을 해서 돌아오고 있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와~ 멋지다! 와와~~


난데없는 남학생들의 환호성에 깜짝 놀랐다. ' 이크, 안돼.'

하마터면 그냥 엎어질 뻔... 슬쩍 고개 들어 보니 본관 건물 3층쯤에서 고개를 내밀고... 그뿐이랴. 몸이 반은 창틀에 걸쳐서는 신나서 소리치는 모습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이그~~ 조것들 공부하러 나왔으면 공부나 할 것이지.'


잠깐의 쉬는 시간에 여고생 아니랄까 봐 완전 교복을 턱 챙겨 입고, 게다가 자전거까지 타는 여학생을 보니 어찌 우습고 기쁘지 아니할 것인가. 지금 생각하니 그 여학생 ㅡ나ㅡ도 웃겼다.

에이~ 고 3이 대학 입시 준비로 공부하러 나온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고 1 맹추들이었다.


난 깜짝 놀라고 당황스러웠다. 혹시라도 누가 알아볼까ㅡ교복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것도 그렇고, 많은 남학생들의 시선을 받으니ㅡ부끄러웠다. 얼굴이 달아올라 한 바퀴 더 돌지도 못하고 돌아서서는 교문 쪽으로 냅다 달렸다.


교문쯤 어딘가 있었던 친구들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높은 자전거의 안장에 앉아서 보는 시야에도 그녀들은 없었다. 교문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렸다. 방향을 트는 건 곧잘 했다. ㅡ역시 어른이 되어 운전할 때도 차선 변경은 아주 잘했다는...ㅡ 교문을 벗어나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지하지 못했고 주의를 하지 못했던 일.


교문 밖으로 이어진 길은 약간 내리막이었다. 으윽~~ 속도는 붙어 내리막을 막 내달렸다. 무서웠다. 방향을 틀어 평탄한 길로 가거나 아니면 브레이크를 잡아 서야 했다. 그러나 자전거 바퀴는 구르고 두려움에 뭘 생각할 수 없었다. 그대로 직진하는 앞쪽은 길 옆으로 깊이 내려앉은 밭고랑이 있었다.


'헉~ 서야 한다.'

그 생각만...

'브레이크를 잡아야 해.'


정말 다급하니 브레이크를 잡긴 잡았나 보다. 어찌 잡았는지 모른다. 깊이 1m 이상 아래로 곤두박질할 뻔한 바로 1m 정도 앞에서 멈췄다. 아니 더 앞으로 갔을 수도.

진땀이 흐르고 얼굴이 오싹했다.


간담이 서늘하다는 것이 그런 것일 거다. 몸이 쫘악 오그라드는 듯한 느낌.

휴 하는 순간, 내려앉던 하늘이 다시 올라가는 느낌. 그 순간도 난 병원비를 걱정했다. 멈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 치마 입고 그 밭으로 곤두박질쳤다면... 지금도 생각하면 오싹하다. 하늘이 도우셨어. 난 오래 살 거다. 몇 번 죽을 뻔하다 살았다.


어디선가 달려온 친구에게는 창피해서 말도 못 하고 아주 잘 탔고, 제대로 선 양 아무렇지 않은 체 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늘 정직하다 생각하며 살았는데 솔직하지 않았네. ㅎㅎ



후에 다른 친구 집에 갔다가 그 친구의 고 3 오빠를 만났다. 오빠가 히죽히죽 웃으며 묻는다.


"ㅇㅇ야, 혹시 너 주일에 우리 학교 왔었니?"

"응. 왜?"

놀랐다. 그리고 남고 운동장을 못 타는 자전거로 뒤뚱거린 것보다 교복 입고 탄 것이 더 창피했다.


"헐~~ 본 거야?"

"응. 어떤 예쁜 여학생이 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던걸."


그날, 반 친구들이 자전거 타던 여학생이 이쁘다고 했단다. 오빠는 동생 친구가 예쁘다는 소리를 들은 것이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다음 주에도 자전거 타러 오라 했다. 지 동생도 아닌데...


그 이쁜 여학생이 바로 나였네. ㅋㅋ



한창 설레던 시절이었구나 싶다. 자전거 타다 밭으로 날아올라 죽을 뻔 한 기억보다 남학생들 휘파람과 환호성이 싫지 않고 쑥스러워 얼굴만 붉히던 기억. 그 설렘의 기억이 더 좋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난 자전거에 대한 그날의 트라우마?로 몇 번의 시도에도 두려워 여전히 못 탄다.



지금 생각하면 고 3 시절 야간 자습까지 하면서 라면 한 봉으로 저녁을 때우며 살이 쫙쫙 빠졌었는데도 그 여고 시절이 가장 빛났던 시절 같다. 그때가 좋았다.




추억의 흔적을 찾아 열 번째 문으로 갑니다.



PS- 그날 사진기는 누구 것이었는지 기억도 없는데, 바로 그날의 사진이 낡은 사진첩에

있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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