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6> 추억의 흔적... 어설픈 장난

선생님, 죄송합니다. 친구들, 미안!

by 소망

큰 눈에 검은 눈동자가 유난히 컸던 김ㅇㅇ선생님의 비음 섞인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개더스커트와 블라우스, 즐기시던 니트 조끼를 입으신 그리운 선생님의 모습이 보인다.


요즘에는 잘 안 먹지만, 다이제스트 하면 아주 커다란 둥근 과자로 기억한다.


다이제스트 과자와 얽힌 이야기.



어설픈 장난... 하나


한창 먹고 싶은 것도 많고, 부족해서 늘 헐떡이던 중학시절이었다.


국민학교 때는 장기 결석에 양가집 규수인 데다가, 한 해 재수해서 중학교에 들어갔지만, 공부 머리가 그때부터 트였는지 학년이 올라가면서 우등생이 되었다. 성적은 좋았으나, 모범생은 아니었다.


눈에 뜨이고 싶었나?

왜 방종에 가까운 장난을 했을까?

에라~~ 모르겠다.



학교 본관 건물 뒤 쪽문 밖, 꼭 있는 것이 작은 매점이다.


여중과 고가 함께 몰리던 매점은 쉬는 시간이면 북새통을 이룬다. 누군가는 사장님과 친해서 장사를 거들기도 한다.


라면 한 봉지는 성에 차지도 않고 두봉은 끓여야 먹어야 할 때이니, 4교시 수업 후 점심시간까지 기다리기는 너무나 허기졌다.

과자 값도 녹녹지 않던 시절인데...


종 치자마자 뛰어야 성공, 가끔은 계산하다가 늦어서 들어와 걸리기도 했다. 보통 선생님들은 종이 울리고 나서야 슬슬 교무실을 나오시니, 우리도 뛰면 얼추 맞추어 자리에 앉을 수 있다.



그날 3교시는 내가 좋아하는 사회 시간, 푸근한 성품의 김ㅇㅇ선생님 시간이다. 제자들을 예뻐해 주신 미스 샘이셨다.


아마도 그래서였겠지.


2교시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돈을 모아 제일 포만감 있는 과자, 다이제스트를 샀다. 들어오며 뜯어 셋이 나누었다.


종 울리며 뛰었기에 먹을 시간이 없었다. 서랍 속에 넣어 두니 온 신경이 그리 갔다.


다음 쉬는 시간에 먹어야 하는 게 맞다. 그 시간, 도대체 먹고 싶어 쉬는 시간까지 기다리기 힘들기는 했으나, 치기 어린 장난기도 발동했으리라. 친구들과 모의하고 과장된 장난.


선생님 눈을 피해 친구들과 슬슬 눈짓을 주고받았다. 키 순서로 자리배치하던 시절인데 나보다 두 친구가 커서 다행히 뒤로 크로스 방향에 앉아있어 눈짓하기가 편했다.

'난 먹을 거야.' 손짓과 입모양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키득거리며 친구들은 손으로 먹는 시늉을 하며 '먹어. 먹어.' 한다.


에라 모르겠다. ~~


눈치를 보다가 선생님이 칠판 쪽으로 몸을 돌리시는 순간 이때다 하고 다이제스트를 꺼내서 입을 쩍 벌리고 원반 같은 다이제스트를 넣었다. 근데 다이제스트 과자가 좀 크긴 크다. 내 입이 한 번에 넣기에는 작았다. 더 크게 크게 벌리면서 과자를 슬슬 넣었다. 미리 연습이라도 할걸. 아님 쪼개 먹던가. 유치한 장난기도 있었으니 난 집어넣으려 쇼를 하고 있었고 친구들은 키득거리며 그 모양을 즐기고 있었다.

반쯤 넣었을 때 선생님이 돌아서셨다. 그 순간 선생님의 큰 눈과 내 눈이 딱 마주쳤다.


헉~~


난 더 넣지도 빼지도 못하고 놀란 눈으로 선생님께 눈만 꽂고 있었다. 선생님의 큰 눈이 1,2,3초 머물렀다. 난 놀란 상태로 숨도 멈춘 채 있었다.


어찌 된 일인가. 선생님께서 아무런 반응 없이 ㅡ그런 애들에 적응되셨나. 좀은 썰렁했다. ㅡ 교과서를 보시며 수업을 이어 가셨다.


순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과자를 뺐다.


지금 생각해도 예의가 아니었으니 그저 죄송하다.




어설픈 장난...


등교 후에는 교복 외투를 벗고 창가 쪽 옷걸이에 걸어둔 생활복으로 갈아입었다. 하교 시에는 명찰이 붙어 있는 생활복은 걸어두고 다시 교복으로 갈아입고 귀가했다.


중3 어느 날

청소가 끝나갈 즈음에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 옷걸이를 정돈하는 일이었다. 정리정돈을 하다가 나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왜 또?...


청소 당번들에게 장난을 쳐보자 권했다. 친구들은 선생님께 들키면 혼난다고 만류했다. 나는 내가 다 책임지마 하고 비밀만 지켜줄 것을 부탁했다. 아이들에게 장난만 좀 치려는 의도였다. 아침에 와서 우왕좌왕 찾아대면 그때 짠 하고 주려 했었다.


친구들 몽땅 명찰을 뽑아 다 숨겼다. 몇 개만 감추었으면 괜찮았으려나...


다음날 아침, 나는 그 일을 까맣게 잊고 다른 때처럼 지각을 했다.

난 중고등학교 때 지각을 많이 했다. 시골에서 버스까지 타고 멀리 다니던 친구들이 내게 했던 말,ㅡ가까운 곳에 사는 게 더 늦는다고 ㅡ 이 기억난다.


등교하자마자 교실에 난리가 났다. 교무실에서 학급일지를 가져오는 당번부터 이미 선생님께 혼이 난 상태였다.


학급 친구들의 명찰이 없어진 것이 선생님께 알려졌고 학급 조례 전부터 상황 파악을 위해 담임선생님께서 오셨다.


지각해서 늦었지. 하필이면 선생님보다 늦게 교실에 들어갔다. 시력이 얼마나 나쁘셨는지, 두꺼운 검은 테의 빙빙 돌아가는 렌즈를 걸친 얼큰 울 담임 양ㅇㅇ선생님의 눈이 렌즈 밖으로 튀어나올 듯했고 얼굴은 그날따라 더 붉어져 있었다.


"누구야? 어떤 놈인지 나와~"


다짜고짜 교탁을 두드리며 소리부터 치셨다.

아이들은 모두 숨죽이고 있었다.


"ㅇㅇㅇ, 너 또 지각이야?"

이미 교문에서 벌서고 들어왔으니 교실에서는 통과.



그날따라 담임께 지각도 들통나고 이래저래 난국이었다.


난 그때서야 허걱~ 했다.

내가 책임지겠노라가 생각났다.

난 들어오자마자 앞으로 나갔다.



"친구들 명찰 어딨어?"

......


"사물함에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뢰었다.


"가져와."


나는 사물함에서 명찰 한 움큼을 꺼내다 교탁 위에 올려놨다.

......


잠시 후,


"반장, 대걸레 가져와. 넌 엎드려."


난 칠판에 손을 대고 엉덩이를 내밀었다.

가슴이 조마조마하게 타들어갔다.


선생님은 대걸레를 거꾸로 잡으시더니 번쩍 드셨다. 친구들은 모두 숨죽이고 있었다.


'아~ 몇 대를 때리시려나...'


마포로 엉덩이 맞는 일은 여중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두근두근...

어릴 때부터 불우하게는 살았지만, 오빠한테 쥐어박히는 일 외에 매를 맞은 적은 없었다.


마포 걸레대 번쩍 들렸다.

'에고 나 죽었네!'

하는 순간, 내 엉덩이로 마포 걸레대가 사뿐히 내려앉았다.


"이 녀석, 또 한 번 더 그런 짓 하면 알아서 해. 들어가."


대걸레를 내려놓으며 고개 돌리는 선생님의 얼굴에서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나만 보았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고 싶으셨지만, 차마 때리시지는 못하셨고, 엄포만 놓으신 것이다.


나는 그날 앞이 노랬었다.


역시 선생님들은 이해심이 많으시다.

그날 이후 다시는 그런 장난은 하지 않았다.


그날 놀라고 혼난 덕에 사과도 잊었는데 잠깐 당황하게 만든 친구들에게도 미안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재미도 있다. 그나마 그런 밝은 장난기가 내게 있었다는 게 다행이었지 싶다. 후후

'소망, 좀 유치하지만~~ 잘했어. ㅋㅋ '




추억의 흔적을 찾아 열한 번째 문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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