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0일 6시 에피소드 컷 14를 예약 발행했다. 한 번도 당일 발행 약속을 어긴 적이 없다. 그런데 몇 번이나 브런치북에서 누락되었다. 그 이유를 모르겠다. 카카오브런치팀에 문의해도 묘답은 없고 방법도 없이 다시 써야 한다.
그래서 또 다른 이야기를 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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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한 달가량 병원에 있다 보니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주사에 노련한 간호사가 있고
노련하지 않은 간호사가 있다.
노련하지 않은 간호사는 자신이 노련하지 않음을 모른다? 진짜 그럴까?
그저 자존심으로 환자를 마루타 삼아 실습하는 건 아닐까?
항생제 주사를 놓기 위해서는 미리 혈관 주사를 꽂아 놓는다. 그도 감염 방지를 위해 3일마다 교체해야 한다.
17일간 항생제 주사 끽소리 안 하고 잘 맞았다. 때론 주사를 두세 번 꽂을 때도 있었지만 참을만했고 참아냈다. 항생제에 따라 통증이 더하기도 하다.
병실에 들어와서 환자들께 꼭 듣는 소리가 주사가 넘 아프다는 말이었다. 옆에서 보니 몇 번 두드리다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도 내 일이 아니니 그러려니 했다.
윽~~ 내게도 주삿바늘의 공포가...
첫 번 수술 후 실밥 푸는 날, 퇴원을 기대했다. 당연히 간호사가 아침부터 와서 주삿바늘을 철수시켰다. 그런데 아침 의사 회진 때 재수술이 결정되고 다시 노련해 보이는 간호사가 수술용 바늘을 꽂았다. 그도 아팠지만 참을 수 있었다. 다음날과 그다음 날 항생제가 바뀌며 주사기를 통해 들어갈 때 통증이 심해졌다. 3일째 저녁, 항생제가 들어가지를 않자 간호사가 주삿바늘을 빼고 다른데 꽂아야 한단다. 움직이면서 바늘이 옆으로 삐져 붓고 항생제 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다 한다. 주사기를 빼니 솜에 피가 꽤 묻어났다. 왼손에 주삿바늘 자국이 많고 혈관이 약해 놓을 만한 혈관을 찾으려니 어렵단다. 한 군데 두드리고 꽂았으나 실패했다. 간호사의 첫 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침상을 옮겨가면서 오른쪽 팔뚝을 두드리며 혈관을 찾았다. 처음부터 너무 아프다. 으으~~ 참으려 했지만, 심하게 아팠다. 주삿바늘을 꽂자마자 항생제를 밀어 넣으니 더욱 아팠다. 주삿바늘의 통증도 5단계는 족히 넘을 수 있구나 처음으로 생각했다. 왼손 주사기 뺀 곳은 10분 이상 고통스러웠다. 다시 꽂아 항생제를 넣은 오른쪽이 계속 아팠다. 윗니와 아랫니가 부딪히고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계속 신음 소리가 나왔다.
"계속 아프세요?"
"예~ "
"잘 들어갔는데요."
"좀 참아볼게요."
간호사가 문제없이 들어갔다고 하니, 나는 내가 더 통증에 민감한 것인가 하며 참았다.
다른 때랑 다르게 계속 아팠다. 간호사가 나가고 나서도 계속 아파서 보니, 금세 부어올랐다. 간호사를 호출하고 말했다.
"계속 아프고, 부어올랐어요."
간호사는 부은 자리를 보면서도
"주사는 잘 들어갔는데... " 만 반복하고는 "그럼, 빼드릴게요. 낼 아침에 다시 꽂으세요." 하고 주사기를 뺀다.
뺀 자리는 며칠간 부은 채로 멍이 들어있다.
그날 뺀 자리, 두드리다 실패한 자리, 잘 들어갔다며 밀어붙인 자리까지 세 군데가 2주가 지나는 지금까지도 아프고 멍이 남아있다.
그 밤의 주사의 통증이 공포로 바뀌어 두통이 오며 몸이 후달달거렸다. 다리의 그 심한 통증도 참았는데... 통증은 늘 새롭다. 주사의 공포가 잠을 쫓아내고 몸의 밸런스를 깼다. 밤부터 종아리 아래부터 다시 냉기가 돈다. 발가락 끝이 다시 차가워진다. 아침에 다시 주사를 꽂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밤새 시달렸다. 결국 담날 새벽, 다른 간호사께 고민을 말씀드렸다.
지난밤 주사의 공포로 잠을 못 잤다. 주사를 못 맞을 것 같으니 항생제를 먹는 약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간호사님 왈,
"그러셨군요! 주사를 안 아프게 놔 드려야 하는 것 맞아요. 항생제는 약과 주사 두 가지가 있는데 판단은 의사 선생님이 판단하셔야 하는 거라 저희는 바꿀 수 없고요. 말씀은 드려 놓겠습니다. "
고맙게도 차분히 이리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따듯해졌다.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느라 인정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경우가 있다.
여러 명 봤다.
자신을 아는 사람은 다르다. 자존심을 세워 고집하지도 않고 밀어붙이지도 않는다.
기능적으로 노련하지 않은 것은 연습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의 부족으로 인한 민폐는 밀어붙여 지키려는 자존심의 크기만큼 커진다.
노련하지 않은 간호사에게 말하고 싶었다. '실제와 같은 인체 모형에 연습 더 하고 오세요.'
"문제없이 잘 들어갔어요." 하며 유독 아픈 항생제에 식염수까지 순식간에 밀어 넣은 주사의 흔적은 멍의 흔적뿐 아니라 이 마음에 사라지지 않는 공포를 주었다. 의사는 알려나... 항생제 주사 맞기 싫어하는 환자의 이유를...
간호사의 자존심이 있으니 말할 수도 없다.
자신의 노련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노련해지도록 연습할 일이다.
하루 이틀이 지나며 생각에 빠졌다.
내가 만나게 된 다양한 인격의 간호사들과 환자들을 보며 조용히 타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병실의 인연들은 왜 내게 왔을까?
얼마나 불안하면 환각에 빠져 헛것에 휘둘릴까. 수술을 앞둔 불안에 밤새 섬망 증세로 시달리던 환자의 모습도 나의 모습이 아닐까.
자식에게도 말 못 할 배우자를 잃은 슬픔을 꾹꾹 담고 웃으며 살다가는 내 앞에서 눈물을 지으며 털어놓는 환자의 표정이 나의 모습은 아닐까.
아픈 아내를 돌봐야 하는 책임에 안 그런 척하지만, 바짝 긴장하고 있는 남편의 마음 또한 나의 마음이 아닐까.
모든 인연들이 나의 에너지로 내게 온다고 생각하니,
잘못 찔러대는 주사에도 당당하게 지켜내고 싶은 자존심을 자신이라 믿고 사는 간호사의 마음도 보이는 듯하다. 그저 나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모든 인연의 약한 모습이다. 그들의 약하디 약한 마음이 모두 다를 바 없는 내 마음이며 나의 모습이다.
사람은 모두가 자신도 알 수 없는 무의식 속 가면을 쓰고 산다. 알고도 쓰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그 속엔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고픈 사랑이 흐른다. 그러기에 의지를 태우고 척~ 하면서도 살아간다.
모두의 가면과 약함을 이해해야 한다. 난 노련하지 않은 간호사를 보며 미안함마저 느낀다.
그러나 자신을 과신한 나머지 교만하여 타인에게 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